23일 오전 서울교통공사 대림별관으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정부와 서울시가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9월14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국 5개 지역 지하철노조가 내달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수년 동안 누적돼 온 지하철 적자를 국가와 경영진이 해결하고 노동자 일자리 감축 계획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는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만1천여명 조합원이 참여하는 단체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을 보면, 이들은 오는 26일 전국 지하철역에서 정부의 실질적 책임을 요구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하고 내달 14일 서울로 집결해 총파업을 한다. 파업 종료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협의회는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교통공사, 부산지하철공사, 대전도시철도공사, 대구지하철공사, 광주도시철도공사 노조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광주도시철도공사 노조를 제외한 5개 지하철노조가 최근 찬반투표로 파업을 가결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 노조는 내부 행정 절차로 파업 참여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그간 전국 지하철은 노인과 장애인, 국가유공자에 대한 도시 공공교통 복지정책의 책임을 외면하는 정부 때문에 해마다 수백억원 손실로 운영난 압박을 받았고 코로나19로 승객이 감소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며 “정부의 결단과 답변, 논의 테이블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9월 총력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서울교통공사의 구조조정 계획 철회 △정부의 도시철도 공익서비스 재정 책임 법안 통과 △노조·운영기관·정부·국회·지방자치단체 논의 테이블 구성을 요구했다.
각 지역 지하철공사는 수년에 걸친 운임 동결과 지하철 건설에 따른 부채, 일부 시민에 대한 운임 면제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고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감하면서 적자 폭도 커졌다. 특히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를 통합한 뒤 이전보다 적자 폭이 커져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쪽이 지난 6월 노조에 명예퇴직과 업무 외주화 등의 방식으로 약 2천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지하철노조는 정부의 국고 투입으로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따라 지하철 운행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근무하므로 지하철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는다. 다만 차량 운행과 유지에 투입되는 인원이 평소보다 줄어드는 만큼 배차되는 차량이 감소할 수 있다. 9월 총파업에는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내 최대 국적 원양 해운업체인 에이치엠엠(HMM·옛 현대상선)의 해상노조(한국노총 해원연합노조)도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88.3%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에이치엠엠은 적자가 발생한 2015년부터 노동자 임금을 동결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물동량이 회복되고 운임이 급등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는 1분기에 1조원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에 노조가 그간 벌어진 국내 동종업계 기업 노동자들과의 급여 차이를 고려해 임금 인상 25%와 성과급 1200%를 요구했으나 사쪽은 채권단 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임금 인상 8%와 2년에 걸친 격려금 500%를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오는 25일 사쪽에 단체 사직서를 제출하고 앞으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선박에 타지 않기로 했다. 또한 민주노총 소속 육상노조와 협의해 쟁의행위를 진행하며 스위스 국적의 세계 2위 원양 해운사인 엠에스시(MSC)로 단체 지원서도 제출할 계획이다. 전정근 해원연합노조위원장은 “중요한 직업이라며 선원법에 파업도 제한하면서 처우 개선을 못 한다는 건 노예 (취급)밖에 안 된다”며 “대한민국 수출입의 99.7%를 담당하는 선원들이 얼마나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고군분투하는지 (국민들이) 꼭 알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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