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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쉴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의 심장

등록 2021-09-30 16:08수정 2021-09-30 16:57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 평가’ 토론회
윤진하 교수 “현재 시간표, 통상 노동 강도의 두 배”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지난해 10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 면담을 하고 아들이 근무했던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고 장덕준 씨 어머니 박미숙씨가 지난해 10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과 면담을 하고 아들이 근무했던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일할 때와 쉴 때 심박수를 측정해 노동 강도를 측정한 결과, 이들이 강도 높은 노동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진하 연세대 의대 교수(사회건강연구소장)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 평가’ 토론회에 참석해 쿠팡물류센터 노동자의 심박수를 통해 노동 강도를 측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청년노동자 장덕준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그의 죽음이 쿠팡의 장시간 고강도 업무와 관련 있다고 판단했다. 쿠팡물류센터는 시간당 성과 관리(UPH)로 노동자를 수시로 압박하면서 냉·난방시설은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안정을 취할 때의 심박수를 측정해 몸이 일에서 회복되는 정도를 파악하는 기존의 연구 방법론에 착안해 지난 8월 한 달간 쿠팡물류센터 오전·오후·야간조 노동자 7명의 심박 수를 24시간 측정했다. 일할 때와 달리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는 심박 수도 정상적 수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쉬는 상태인데도 일할 때만큼 심박 수가 높다면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론은 2009년 미 조지워싱턴대의 주디스 시아 박사 연구진이 안정 시 심박수와 심혈관계 질환의 상관성을 밝혀낼 때도 쓰였다.

연구 결과를 보면, 통상 오후 5∼6시께 출근해 새벽 2∼3시께 퇴근하는 쿠팡물류센터 ‘오후조’ 근무자는 근무 중 평균 심박수가 111에 달해, 가벼운 달리기를 할 때와 비슷한 심박수로 종일 일했다. 안정 시 심박수를 근무시간 중 평균 심박수와 견준 비율을 일컫는 ‘상대심박동수’도 31.2(%)에 달했다. 상대심박수는 값이 클수록 안정을 취할 때 심박수가 높다는 걸 의미하는데, 그만큼 강도 높은 일을 하면 일을 마치고 안정을 취할 때도 평소처럼 심박수가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이를 토대로 오후조 노동자의 적정 근무시간은 5시간 정도여야 한다고 봤다.

밤 10시께 출근해 아침 8시께 퇴근하는 ‘심야조’ 근무자도 근무시간 중 평균 심박수가 96.8, 상대심박동수는 31.28이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적정 근무시간은 6시간30분에 그쳤다. 분석을 실시한 7명 노동자 가운데 적정근무시간이 8시간인 노동자는 상대심박동수가 24.05로 가장 낮은 오전조(오전 8시~오후 5시 근무) 1명뿐이었다. 윤 교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고려하면 적정근무시간이 5∼6시간 정도여야 한다며 “현재 8시간가량 일하는 시간표는 통상의 노동 강도와 견주면 두 배를 더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대부분은 노동 강도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일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과로를 규율하며 노동 강도는 따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렬 가톨릭대 교수(직업환경전문의)가 이달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35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이 스스로 느끼는 하루 노동 강도가 빨리 걷는 수준과 유사하다(‘힘듦’·45%)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100m 달리기 수준과 유사하다는 답변(‘매우 힘듦’·15.6%)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이들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6시간이었고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9시간 일했다. ‘엄격한 마감 시간에 맞춰 일하는 시간’과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하는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근무시간 대부분’이라는 응답이 각각 35.3%와 23.7%로 가장 많았다.

쿠팡 쪽은 이날 “노조가 주도한 측정 방식은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과 측정 환경의 객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심박수 연구의 경우) 공개된 일부 수치를 제외하곤 측정의 상세 수치가 공개 되지 않아 측정 전모를 알 수도 없으며 의도적으로 가장 안 좋은 숫자를 편집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김형렬 교수팀의 물류센터 실태조사에 대해서도 “노조가 주도하는 특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원들이 주로 참여한 설문조사로 편향된 답변만을 담아 여론을 왜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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