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세이도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연장영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손팻말 시위를 하는 모습.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제공
유명 브랜드 화장품 등을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써본 뒤 좀더 싼 값에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의 판매직 노동자들이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에 기여한 노동을 임금으로 인정받게 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한국시세이도지부는 7일 직원의 온라인 판매 기여분 5천원을 매달 고정수당으로 받기로 회사 쪽과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연우 시세이도지부장은 <한겨레>에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품 시연이나 민원 처리 등을 판매직 직원들이 맡았으나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고 회사 쪽이 제시하는 실적 목표도 줄지 않아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렸다”며 “고정수당으로 시작하다 보니 첫 수당 규모가 예상보다 작았지만 앞으로 협상을 통해 조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판매직 노동자들이 손님에게 제품 테스트와 설명, 시연 등을 해 그것이 온라인 구매로 이어지더라도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판매직 노동자들은 오프라인 매장 매출에 근거한 성과수당(인센티브) 체계를 적용받는 탓이다. 이에 급여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퍼졌고, 시세이도 노사는 이 수당의 이름을 ‘온라인 기여 수당’으로 정했다. 김 지부장은 “직원들이 온라인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별도 수당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시세이도의 노사 합의는 현재 같은 내용으로 노사 교섭 중인 화장품 브랜드 샤넬과 로레알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로레알코리아가 ‘감정노동 수당’을 먼저 도입했을 때도 다른 백화점 화장품 브랜드가 잇따라 같은 수당을 도입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온라인 몰을 통한 구매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온라인 구매에 따른 제품 문의와 상담, 반품 등 이전에 없던 노동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보상을 끌어낸 유의미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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