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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업무복귀’ 파리바게뜨 배송기사에 ‘각서’ 요구한 에스피씨

등록 2021-10-25 18:24수정 2021-10-25 19:52

운수사-화물연대 “손배책임 안 묻겠다” 합의에도
SPC “손해배상 운수사 조치 따른다” 확인서 요구
<한겨레> 확인 요청에 “실무자가 실수한 것”
지난 24일 새벽 에스피씨 지에프에스(SPC GFS)의 한 물류센터 앞에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제공
지난 24일 새벽 에스피씨 지에프에스(SPC GFS)의 한 물류센터 앞에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제공

노동조건 합의 이행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48일간 파업했던 민주노총 화물연대 에스피씨(SPC)지부가 지난 23일부터 현장에 복귀했지만, 에스피씨 지에프에스(SPC GFS)가 복귀한 화물기사들에게 파업 손해배상 등과 관련한 ‘확인서’를 요구하며 업무를 배정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에스피씨 쪽은 ‘화물연대의 파업과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는 태도였지만, 에스피씨 지에프에스는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화물기사들의 물류센터 출입조차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화물연대 에스피씨지부(이하 화물연대)의 설명과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지난 23~24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강원 원주의 에스피씨 지에프에스 물류센터 직원들이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차량을 바리케이트 등으로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롯한 화물기사들은 운수사들과 ‘차량 위수탁계약’을 맺고, 운수사들은 에스피씨 지에프에스와 화물운송 용역계약을 맺는다. 이에 따라 화물기사들은 에스피씨 지에프에스가 위탁한 파리바게뜨 빵·케이크, 식재료를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운송한다.

에스피씨 지에프에스는 각 운수사에 ‘확인서’를 제출한 화물기사만 배차하라고, 즉 일감을 배정하라고 전자우편을 일괄적으로 보내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스피씨 지에프에스가 문구까지 정해 모든 운수사에 전달한 확인서는 “위수탁계약 및 화물운송용역계약을 준수한다. 계약 위반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은 운수사의 조치에 따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이미 운수사들과 운송거부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고, 해당 합의문은 변호사 공증까지 마쳤는데 ‘운수사의 조치에 따른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기존 합의를 뒤집어 엎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에스피씨 지에프에스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화물연대 조합원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피씨 지에프에스는 파업 이후부터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운수사와의 문제로, 이에 개입하면 하도급법 위반이어서 개입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에스피씨 지에프에스 쪽은 “배차를 받지 못한 화물차는 물류센터에 진입할 수 없어 통제한 것일 뿐”이라며 “확인서는 운수사들이 화물연대 파업 철회 이전부터 중도에 파업을 중단하고 복귀한 모든 차주(화물기사)들로부터 자율적으로 받아왔던 것으로, 해당 전자우편은 실무자가 운수사에 발송한 것은 사실이나, 회사는 일부 문구에 오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당일 즉시 메일 발송을 취소 조처했다”고 밝혔다. 이는 운수사와 화물연대의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으로, 이미 화물연대와의 합의서에 대해 공증까지 마친 운수사가 ‘자율적’으로 확인서를 받았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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