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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당일배송 거부”…파업 돌입

등록 2021-12-28 16:59수정 2021-12-28 17:23

한국노총도 “과로 막자는 합의와 배치돼” 비판
참여 8.5%…조합원이 다수인 대리점은 타격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2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중대동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 택배물량이 쌓여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28일 오전 경기 광주시 중대동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 택배물량이 쌓여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씨제이(CJ)대한통운이 최근 대리점과의 계약 사항으로 ‘당일배송 원칙’ 조항 등을 제시했다가 노동조합 소속 택배기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씨제이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조항을 도입하면서도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엔 임하지 않아, 불필요한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8일 경기도 광주 씨제이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씨제이대한통운을 상대로 사회적 합의의 제대로 된 이행을 위해 대화하자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외면과 무시, 자신이 ‘진짜 사장’임을 부인하는 무책임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쟁의권을 가진 1700명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고 쟁의권을 갖지 않은 지회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사전에 정한 상품 규격을 통과한 상품만 배송하는 ‘상품규정 준수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업 참여자가 전체 씨제이대한통운 기사 2만명의 8.5% 수준이어서 파급력은 제한적이지만, 조합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리점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택배노조가 문제 삼는 건 씨제이대한통운이 최근 대리점과의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에 제시한 ‘당일 배송’이다. 당일 배송 원칙은 고객의 상품 집화(수거) 요청을 받은 당일에 상품을 수거해 씨제이대한통운에 전달하고 씨제이대한통운의 택배를 인수한 당일에 고객에게 배송하도록 정한 것이다. 노조는 이렇게 일하면 과로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택배산업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택배는 교통, 날씨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서브(터미널)에 물건이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져 만일 오후 3시 이후 택배 서브에 도착한 물량이 발생하면 택배노동자는 4시 이후에도 택배 배송을 시작하게 되고 10시가 넘어야 배송을 해야 끝낼 수 있다”며 “당일 배송이란 단어 하나 때문에 영업점과 택배노동자 간선차 기사, 분류노동자 사이에 벌어질 분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선언적 의미’라며 선을 그었다.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는 “당일 배송 원칙은 주60시간 이내로 일한다는 전제 하에 세운 것으로, 그 이상 일하게 되면 당일 배송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일부 택배기사들이 출차시간보다 늦게 들어오는 물건을 아예 배송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원칙을 세우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노동조건을 둘러싼 택배업계의 잦은 노사 갈등은 원청-대리점(하청)-택배기사로 이어지는 간접 고용 구조에 기인한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양질의 택배 서비스를 위해 자체적으로 원칙을 세우고 대리점 택배기사가 그것에 따르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정작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은 계약서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이번에도 씨제이대한통운은 사실상 택배기사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당일배송 조항을 도입하면서도 노조와 별도 교섭 없이 대리점연합회와 합의한 내용으로 해당 계약서를 작성했다. 교섭과 대화가 단절된 구조 하에서 노동조건 변화를 요구하는 노동자 파업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28일 낮 경기 광주시 중대동 씨제이(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28일 낮 경기 광주시 중대동 씨제이(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단체교섭 관련 사건을 맡은 바 있는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결국 노사 이해관계 조정의 문제고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씨제이대한통운이 교섭의 장에 나와 합리적인 타협을 하는 게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것인데 이런 방식의 원청-하청 노동자 간 갈등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며 “원청이 단체교섭의 장에 나와야 하고 국회와 정부도 그렇게 하도록 진작에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의 표준계약서를 승인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사실 계약서의 대부분 내용이 노사의 단체교섭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항이 맞다. 그러나 특수고용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대해선 단체교섭할 법적 의무가 없다보니 사실상 택배업계 교섭이 안 되고 있어 제한적으로나마 정부가 노조 의견을 듣고 계약서를 수정하는 식으로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청과 택배기사의 소모적 갈등이 장기화되면 ‘을들의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가 사전에 합의한 택배 규격을 벗어난 상품의 배송을 거부하면 그 요청을 씨제이대한통운이 처리하지 않고 대리점주나 비조합원이 대신 배송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난 8월 노조원으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김포장기대리점의 대리점주도 택배기사를 대신해 무거운 택배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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