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제16회 외국인투자기업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세텍(SETEC) 전시장에서 참가자들이 게시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구인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올 하반기 기업들의 채용 수요가 크게 늘었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올해 3분기 기준 상시 노동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구인 인원은 80만4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9.4%(18만3천명) 증가했다. 2019년 3분기(-10.0%)와 2020년 3분기(-7.6%) 모두 구인 인원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과 견주면 눈에 띄는 변화다. 채용 인원도 6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23.9%(13만3천명) 증가해, 2019년 3분기(-9.9%) 및 2020년 3분기(-6.9%) 2년 연속 마이너스였던 데서 플러스 전환했다. 고용부는 구직 인원과 채용 인원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3분기 기준 최대 증가폭이라고 밝혔다.
정향숙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2019년과 2020년 모두 경기사정이 안 좋은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쳤던 반면 올해는 위드 코로나로 기대심리가 커진 시점에 조사를 했고 최근 수출 호조세도 있어 실제로 구인 수요도 크게 늘었다”며 “다만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와 국제 경기 변동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이런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인·채용 인원이 많은 산업은 제조업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이었고, 구인·채용 인원이 많은 직종은 경영·행정·사무직과 건설·채굴직이었다.
전반적으로 구인 수요가 크게 늘면서 구인에 실패한 기업들도 많아졌다. 사업체가 적극적으로 구인했으나 채용을 못한 ‘미충원 인원’은 11만4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9%(5만명) 증가했다. 미충원 인원은 2017년 3분기부터 4년 연속 감소하다 올해 증가 전환해 2011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제조 단순직의 수요 충돌(미스매치)이 잦은 제조업과 상시로 인력난이 있는 운수·창고업, 최근 소비심리 개선에 따라 사업을 확대한 도·소매업에 미충원 인원이 많았다.
고용부는 미스매치가 올해 유독 심해졌다기보다 급증한 구인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 과장은 “온라인 정보 취득이 보편화되면서 미충원 인원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고 제조업 미충원 인원도 2011년이나 올해나 비슷하기 때문에 미스매치가 갑자기 심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최근 구인수요가 엄청나게 늘면서 못 채운 인력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충원 인원이 발생한 건 주로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노동자를 찾지 못했거나 노동자가 원하는 수준의 노동조건을 기업이 맞추지 못한 경우다. 고용부가 직능 수준별로 구분해 파악한 기업들의 ‘미충원 인원 발생 사유’ 조사 결과를 보면 직능 수준이 높을수록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 또는 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다”는 응답이 많았다. 직능 수준이 낮을수록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다”거나 “구직자가 기피하는 직종이기 때문”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한다고 가정할 때 추가로 더 필요한 인원을 뜻하는 ‘부족 인원’ 역시 35만9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2만1천명) 증가했다. 이 역시 2008년 3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기업들은 모자란 인력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채용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내년 1분기(6개월) 채용계획인원은 39만6천명으로 56.4%(14만3천명) 늘었다. 이 역시 2008년 3분기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앞서 부족 인원이 많았던 제조업(11만5천명)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5만명), 운수 및 창고업(4만4천명), 도매 및 소매업(3만5천명) 등의 채용 인원이 전년보다 늘었다. 기업들은 ‘인력 부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질문에 주로 ‘채용비용 증액 또는 구인방법의 다양화’(64.3%)와 ‘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41.8%)을 택한다고 답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기대해 채용 인원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11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전년 대비 종사자 수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2월 이후 매달 감소하다가 22개월 만인 11월 전년보다 334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차 대유행이 막 시작되던 분위기와 달리 올해는 11월 위드 코로나로 기대심리가 컸던 영향이라고 정 과장은 설명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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