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유니온 등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정부가 조사한 지상파 방송3사 보도 분야 작가의 40% 이상이 실제론 노동자인 ‘위장 프리랜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일부 노동자들은 이미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8개월에 걸쳐 지상파(KBS·MBC·SBS) 방송 3사와 프리랜서(위탁) 계약을 맺은 작가의 노동자성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방송작가 363명 가운데 152명(41.9%)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인정된다고 30일 판단했다. 소속별로 한국방송공사(KBS) 70명, 문화방송(MBC) 33명, 에스비에스(SBS) 49명이다. 이번 근로감독은 방송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방송작가 중 보도·시사·교양분야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고용부는 이들이 형식상으론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지만 실상은 계약된 업무 외에 방송 소재를 선정하거나 방송사가 요청하는 부대 업무를 함께 맡았고, 원고 내용을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방송사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외에 방송사 직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자료 조사와 출연자 섭외 지원, 행정비용 처리 등 계약과 무관한 일반 지원 업무를 수행한 사례도 다수 확인했다. 다만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은 다른 방송작가는 원고 집필 재량이 있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봐 제외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엠비시에서는 이번에 노동자 인정을 받은 이들 가운데 일부가 이미 계약 해지로 방송사를 떠났거나 계약 해지를 앞두고 있다고 방송작가유니온은 지적했다. 노동자로 인정 받은 엠비시 <뉴스외전> 방송작가들도 31일 계약이 종료된다. 유니온은 “<뉴스외전> 방송작가가 노동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미리 안 엠비시가 이들을 31일부로 해고하기로 했는데 노동청에 문제제기하니 ‘근로감독 기간 중이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방송사가 근로자성을 인정 받은 직무의 조건을 (그렇지 않게끔) 바꾸거나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꼼수를 쓸 우려가 있는데 고용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방송 및 에스비에스 작가들도 특별근로감독 이후로 일부가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과거의 노동에 대해 노동자성 판단을 했지만 그에 따른 권리 구제는 개인이 별도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계약이 해지돼 직장을 떠난 작가에 대해 “사전에 정한 계약 기간이 다 되면 계약을 해지하는 건 프리랜서 계약이 아닌 근로계약도 마찬가지”라며 “개인이 이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 프리랜서로서 못 받은 연장노동수당 등을 청구하는 것도 개별적으로 청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송 3사가 프로그램 폐지 등으로 대응할 거라는 주장에 대해선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고용형태만 바꾸는 건 시정명령을 불이행한 것으로 간주돼 제재 대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고용부는 방송3사가 노동조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17조를 어긴 것으로 보고 이날 고용계약을 체결하라는 시정명령을 각 방송사에 내렸다. 이를 14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봐 입건할 수 있다.
방송작가나 피디 등이 계약서상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지난해 2월 씨제이비(CJB)청주방송에서 14년 근무한 고 이재학 피디가 프리랜서 계약 해지로 하루아침에 해고된 것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고용부가 그해 12월 청주방송을 근로감독해 방송작가와 피디 등 12명 프리랜서의 업무 방식을 따져 이들의 노동자성을 확인하자 대책위원회는 모든 방송사 작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부에 요구해 이날 결과가 발표됐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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