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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산업안전공단, HDC 안전기업 인증했다가 ‘뒤늦게 취소’ 논란

등록 2022-01-14 17:46수정 2022-01-14 18:46

지난해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9명 사망
4개월 뒤 공단 안전건설기업 인증 연장해줘
공단 “사망자, 노동자 아니어서 한번 더 기회”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나흘째인 14일 소방 관계자들이 붕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나흘째인 14일 소방 관계자들이 붕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이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를 낸 ‘에이치디시(HDC) 현대산업개발(현산)’을 안전 건설기업으로 인증했다가 뒤늦게 취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단은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현산이 17명의 사상자를 냈음에도 해당 인증을 재승인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14일 현산에 대한 공단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자율적으로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구축해 산재 위험을 지속적으로 줄이려는 건설기업에게 공단이 수여하는 인증 자격이다. 기업이 위험 관리 방식에 대해 공단의 컨설팅을 받고 문제점을 보완해 그 결과가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이 스스로 위험 관리를 하도록 도입됐다. 해당 인증을 받으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산재 예방 실적을 쌓은 것으로 간주돼 공공기관 입찰을 할 때 1점 만점에 0.05점 가산을 받을 수 있다.

현산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3년마다 연장 심사를 통과해 지난해 12월에도 네 번째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 사고가 발생한 뒤였지만 공단은 인증 자격을 그대로 연장했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시에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현산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재판이 계류 중이었고 사망자도 노동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어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중대재해(근로자 1명 이상 사망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기회를 한 번 더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단은 8명이 다치고 9명이 사망한 사고의 시공사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춘 기업’이라고 인증한 셈이 됐다. 그리고 인증 연장 한 달 만에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작업자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단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이 형식적이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평가 기준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과거에 ‘적합’과 ‘부적합’ 두 가지로만 평가하던 것을 세분화해 안전 관리 체계의 수준별 등급 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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