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중인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 붕괴 모습. 연합뉴스
“높은 데서 작업하려고 보면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를 걸 데가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는데요, 하청업체 소장은 ‘일단 아무데나 걸고 사진 찍어 보내’라고 합니다. 내부 보고용 사진인 건데, 그런 식으로 걸어둔 고리는 쉽게 빠지기 때문에 실제 추락하게 되면 몸을 전혀 붙잡아주질 못합니다.” (안양근 건설노조 경기중서부 건설지부 노동안전부장)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 현장 관리자들의 노동자 통제는 강화됐지만 정작 안전 관리는 부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7일부터 이틀 동안 토목건축·건설기계·타워크레인·전기 등 업무에 종사하는 건설노동자 757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첫날 공사를 쉬는 현장이 16.9%에 달한다고 지적한 뒤, 건설사들이 산업재해 예방에 힘쓰기 보다 ‘1호 처벌은 피하자’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건설현장의 노동 통제가 강해졌다고 설명한다. 건설노동자들은 ‘안전을 명분으로 한 건설 현장 관리자들의 노동자 감시·통제가 심해졌냐’는 질문에 41.6%(3147명)가 ‘전보다 심해졌다’고 답했다. ‘전보다 심해졌다’고 답한 노동자들이 꼽은 감시·통제 유형(중복응답)을 살펴보면, ‘시시티브이(CCTV)설치를 통한 불필요한 현장 감시’(57.6%)가 가장 많았고 ‘안전보호구·안전시설이 미흡한데 노동자에게만 책임 추궁’(34.8%), ‘계도보단 실적 위주의 안전 점검’(27.8%)이 뒤를 이었다.
반면 안전문제 개선을 위한 노동자 참여는 미진했다. ‘노동안전문제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느냐’는 질문에 노동자의 62%(4696명)가 ‘보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전교육에 대해선 10명 중 4명(42.1%)이 ‘잘 안 된다’고 응답했으며, ‘유해·위험물질 등에 대한 공지나 교육을 받고 있냐’는 질문엔 ‘받은 적 없다’는 답변이 33.7%(2553명)에 달했다. 고재욱 서울건설지부 구리남양주지회 조직부장은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유해·위험물질 중에 눈에 들어가면 실명하는 콘크리트 박리제도 있고 독극물도 여러가지다. 안전교육을 받으면 (담당자가) ‘다들 아시죠?’ 하고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자 의견 수렴도 요즘 같은 혹한기엔 손이 꽁꽁 어는데 천막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면 ‘알았다’고 할 뿐 뒤따르는 조치도, 피드백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산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본 이유(중복응답)에 대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66.3%) △빨리빨리 속도전 공기단축(63.3%)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안전 관련 예산 및 인력 축소 등(54.0%) △신호수 미배치·안전시설 조치 미비 등 건설사의 안전 관리감독 소홀(37.0%) △부실하고 이론적인 안전교육(32.5%) 등을 꼽았다.
건설노조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건설현장은 안전 관리 책임이 시공사·감리업체 등 여러 업체로 쪼개지다 보니 책임 떠넘기기가 만연하다”며 “발주자·건설사·감리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시한 건설안전특별법이 조속히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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