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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직접고용하라”…9년만에 승소

등록 2022-01-26 18:19수정 2022-01-27 02:33

2017년 1심 “불법파견 아니다” 결론
검찰 MB수사 과정서 삼성 노조와해 문건 발견
삼성, 수사중 협력업체 노동자 직접고용
남은 원고 4명 소송 이어가 9년만에 승소
2013년 7월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식.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3년 7월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식.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원이 삼성전자서비스의 가전제품 설치·수리노동자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지 9년만이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는 2013년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설치·수리기사 4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서비스기사들이 삼성전자서비스 사업의 핵심업무인 삼성전자 제품의 수리, 유지보수 업무에 관해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삼성전자서비스를 위한 근로에 종사했다고 판단된다”며 “서비스기사와 삼성전자서비스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명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동자임을 확인하는 한편, 1명은 삼성전자서비스가 고용하라(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서비스기사의 업무수행 결과뿐 아니라 수행방법·태도·내용에 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해야할 필요성이 분명했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가 서비스기사들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인정된다”며 “(서비스 기사들과 근로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들이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2013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결성하고, 자신들과 근로계약을 맺는 협력업체가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의 지휘·감독을 받고 일한다는 점을 들어 ‘직접고용’을 주장해왔다. 이에 2013년 7월 노동자 1300여명은 회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고, 고용노동부도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를 근로감독했다. 하지만 같은해 9월 고용부는 일선 근로감독관들이 불법파견이라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2017년 2월 1심 재판부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을 수사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수사를 위해 삼성전자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조와해 관련 문건을 발견했고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의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삼성전자서비스 법인과 박상범 당시 대표이사를 노조법 위반 혐의 뿐만 아니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형사재판 1심에서는 파견법 위반이 유죄로 인정됐지만, 2심에선 검찰이 확보한 일부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 분류돼 “원청이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파견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기록과 형사재판기록이 민사재판 항소심에 대거 제출되면서 민사재판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는 지휘감독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회사 내부 문건이 중요한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대거 확보됐기 때문이다.

1심에서 1300여명에 달했던 이 재판의 ‘원고’는 현재 4명에 불과하다. 1심에서 패소한 뒤 원고는 500여명으로 줄었고, 노조와해 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2018년 4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이 소송을 취하했다. 현재 남은 원고들은 직접고용 이전에 해고되거나 사직한 이들이다. 정찬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통합조직부장도 원고 가운데 한명이다. 정 부장은 영등포분회장으로 노조활동 과정에서 ‘협력업체 대표이사와 몸싸움을 했다’는 이유로 2017년 6월 해고됐다. 이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 부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심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패소했는데, 항소심에서 승소하게 돼 기분이 좋고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소송을 대리한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법률원)는 “노동관계법 관련 사건에서 검찰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사건”이라며 “불법파견이라는 실체적 진실이 확인돼 기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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