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일부러 고과를 낮게 주도록 내부 지침을 세웠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이 “부당노동행위 개연성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법 행정3-2부(재판장 신순영)는 지난 2020년 8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중노위의 각하 판정을 15일 취소했다. 앞서 중노위가 금속노조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지난 2020년 7월 각하했는데 법원은 이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2014년 한화그룹에 인수돼 삼성테크윈에서 한화테크윈으로 변모한 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듬해인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금속노조 경남지부 삼성테크윈지회 조합원의 잔업과 특근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고의로 하위 고과를 준 것도 노조 탄압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사실은 지난 2017년 고용노동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본사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문건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019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한 직원들에게만 격려금을 지급한 행위로도 지난해 8월 부당노동행위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인용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내부 문건을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 3월29일 ‘차기 교섭대표노조지위 유지 방안’이라는 문건에서 “금속 조합원 대상 하위고과 배분 및 업무 중심 밀착관리”를 해 “경제적 타격 제공 및 심리적 압박”과 “금속 조합원과 비금속 동기들과의 확연한 격차”를 유도하겠다고 썼다. 또 부서장들에게 “고과이의 신청에 대비해 개인별 백데이터 철저 관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법원이 인용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금속노조 탄압 내부 자료 갈무리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사고과 등급은 EX(Excellent·매우 뛰어남)부터 UN(Unsatisfactory·매우 부족함)까지 5단계가 있었다. ‘유지 방안’ 지침은 이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 두 개를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주라고 한 것이다. 실제로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의 하위고과 비율은 2015년∼2019년 13∼29% 수준으로, 금속노조 비조합원의 하위고과 비율인 7∼15%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위 고과를 받으면 최소 인사고과점수를 채우지 못해 승격 대상자에서 제외되고 그에 연동되는 기본급과 상여금 등 각종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법원은 이 문건을 토대로 “금속노조 소수화 전략과 실행방안에 따라 원고 노동조합원들에 하위 인사 고과 부여 및 승격 누락이 실행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며 “참가인(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능력주의 평가원칙을 스스로 훼손한 행위의 결과라는 점에서 부당하고 원고 노동조합원 집단을 기업노조원 및 비조합원 집단에 비해 불이익하게 취급했다는 점에서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를 근거로 지난 2019년 금속노조의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중노위 판정을 취소했 다. 사건을 맡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부당노동행위의 제척기간(사유발생 이후 권리구제 신청이 가능한 기간)인 3개월이 이미 지났다고 봤지만 법원은 금속노조가 구제를 신청한 시점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노조 탄압 의사가 여전히 유지됐다고 판단해 제척 기간을 준수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노동위원회가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봐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심리·판정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중노위가 취했어야 할 조처까지 짚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 지회장과 부지회장, 사무장은 지난해도 고과평가에서 하위고과를 받았다”며 “한화 그룹은 여전히 계속되는 금속노조 소수화 전략을 중단하고 조합원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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