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9일째 이어오던 씨제이(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을 28일 해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를 재개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조처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의 주체인 대리점연합회는 대화를 제안한 민주당에 ‘유감’을 표하고 나서 실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택배노조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씨제이대한통운 사옥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점거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12월부터 63일째 이어온 파업은 지속하기로 했다.
택배노조의 점거농성 해제는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을지로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이뤄졌다.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제안에 깊이 공감하며, 환영의 입장을 밝힌다”며 “대화를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씨제이대한통운 점거 농성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공은 씨제이에 넘어갔다”며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에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진성준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장경태 의원이 농성장을 방문해, 지난해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에 참여했던 참여 주체들이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를 재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생연석회의는 입장문을 통해 “택배노조에 파업사태를 끝내기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더 나은 작업 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합의 기구에 참여했던 과로사 대책위, 정부, 택배사, 대리점 연합회, 소비자단체 등이 추가적인 사회적 대화를 할 것을 요청한다”며 “씨제이대한통운도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의 ‘하청 사업주’ 격인 씨제이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의 파업지속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대리점 연합회는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농성 중단에 대해 “불법을 중단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데, 마치 큰 결단을 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노사간의 문제임에도 노조의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을지로위원회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씨제이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가 ‘사회적 대화’ 논의 석상에 앉을지는 확실치 않다. 대리점연합회는 “당사자를 통한 요구 관철되지 않자 민주당을 이용해 대리점연합회와 원청을 압박하는 방식, 또 다시 원청을 끌어들이는 택배노조의 행태에 유감”이라고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까지 씨제이대한통운은 점거농성 해제와 민주당의 대화제안에 대한 입장은 발표하지 않는 대신 “대리점연합회의 입장문을 참고해달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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