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중인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린 모습. 연합뉴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의 시공사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전국 주요 건설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대거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17일부터 두 달 간 현산의 대규모 건설현장 12곳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모두 636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해 306건을 사법조치하고 330건에 대해선 과태료 8억4천만원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건설 현장 1곳당 평균 위반 사항이 53건에 달하는 수치다. 원·하청이 함께 법을 위반한 경우를 중복 집계하면 원청인 현산의 위반 건수가 414건, 하청업체 위반 건수가 358건이다. 앞서 지난 1월 현산이 시공 중이던 광주 화정동 아파트가 붕괴되면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바 있다.
위반 사항을 살펴보면, 기본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261건(41.0%)으로 가장 많았다. 주로 작업발판이나 안전난간 미설치 등 건설 현장 추락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 미준수 등이다. 또 건설 현장 위험 요인을 사전에 확인해 관리하는 ‘위험성 평가’를 부실하게 하거나 산업재해 발생 보고를 게을리 하는 등 법 의무를 위반한 사항이 144건(22.6%)이었고 노동자 안전 교육이나 직무 교육 의무를 위반한 사항도 135건(21.2%)에 달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해야 할 직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 및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위반한 사항도 56건(8.8%)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외에 거푸집 동바리 안전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등 대형 붕괴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안전조치 위반 사항도 19건 적발했다. 현장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공정에 반영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부실하게 이행한 사실도 10건 적발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14일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무단 설계 변경 △동바리 조기 철거 △불량 콘크리트 사용을 꼽았는데, 공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안전 절차가 함께 무시됐을 수 있다. 노동부도 “현산이 구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제로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은 게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부는 적발 사항을 토대로 12개 건설현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모두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또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함께 전국 46개 현산 건설현장을 합동점검해 문제가 발견된 현장도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작동되는지 다시 확인하는 기획 감독을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
권기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서류상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산 본사가 구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본사에서 현장의 법 준수사항을 수시로 확인해 준수에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이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는 화정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했던 하청업체 ㄱ사 공사책임자 등 2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산 안전관리책임자 5명에 대해선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될 예정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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