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대구시 달서구의 자원재활용업체 시설 안 구멍으로 들어간 노동자 4명이 쓰러지자 119 소방본부가 긴급 출동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대구소방본부 제공.
지난 2020년 6월27일 대구시의 한 자원재활용 시설에서 노동자 ㄱ씨가 폐지 찌꺼기를 청소하러 컨베이어 아래 구멍으로 들어갔다가 쓰러져 숨졌다. 구멍에 수개월 동안 쌓여 방치됐던 폐지가 썩으면서 대량의 황화가스가 발생했고, 이에 중독된 탓이었다. 이를 알지 못한 채 주변 동료들이 ㄱ씨를 구하려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가 마찬가지로 황화수소에 중독돼 쓰러졌다. 결국 이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질식사고로 죽거나 다친 노동자는 348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65명(47.4%)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고성 재해 평균(1.1%)의 44배 수준이다.
30일 고용노동부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질식사고 196건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재해자 가운데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치명률은 질식사고가 47.4%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감전(6.4%)과 추락(2.5%)이 뒤를 이었다. 노동부는 “질식사고는 가장 치명적인 산업재해”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작업 현장 가운데 밀폐공간에 해당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또 해당 공간 작업을 지시할 경우 질식 재해 예방을 위해 산소 및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안전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비나 청소 등 간헐적으로 작업이 이뤄질 경우 이런 조처가 누락되거나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0년 간 발생한 대부분의 사고에서 사업주가 유해가스 안전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질식사고가 자주 발생한 15가지 작업유형을 살펴보면, 오폐수처리시설과 정화조, 축산 분뇨처리 작업에서 발생한 질식사고가 10년간 52건(26.5%)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작업 중 숨진 노동자는 49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오폐수처리시설 등에선 유기물이 부패·발효되거나 미생물이 증식하면서 공기 중 산소가 부족해지고 황화수소나 메탄가스가 발생하기 쉽다. 황화가스가 녹아있는 폐수나 찌꺼기를 건드리면 가스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며 질식을 일으킨다.
두 번째로 질식사고가 많이 발생한 작업은 갈탄을 이용한 콘크리트 양생 작업이었다. 10년 간 19건의 재해가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겨울철 추운 날씨로 양생이 지연되면 갈탄을 피워 온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이 커진다. 질소, 아르곤 가스 등 불활성가스를 취급하는 작업은 사고 건수가 17건으로 콘크리트 양생사업보다 적었지만 사망자 수는 23명으로 더 많았다. 배관 용접을 할 때 배관 안에 채워넣는 아르곤 가스가 배관 밖으로 누출되면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중독되는 사고 등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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