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주노총이 중구 사무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액 시간당 9620원에 대해 이의제기 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보다 5%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 결정에 대해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이 어렵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한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불 능력 및 경제 상황상 수용 불가’라며 이번 주 중 이의제기 방침을 밝힌 바 있어 내년도 최저임금 적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어 “최임위가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소득분배나 노동자 생계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액과 결정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의제기 신청서를 오는 8일 최임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으로, 올해는 최저임금액 수준뿐만 아니라 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5%의 근거로 경제성장률(2.7%)과 소비자물가 상승률(4.5%)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2.2%)을 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지난해 심의 때도 같은 계산법을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했다. 이러한 계산법은 지난 2000년대부터 한국노동연구원이 임금 전망 등에 활용한 ‘적정 임금인상률’ 산출식을 차용한 것이다. 노동연구원 자료를 보면, 적정 임금인상률이란 노동자가 국민경제 생산(성장)에 기여한 만큼 보상하면서 기업경쟁력과 국민경제에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정의된다. 반면,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근로자 생계비(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출액)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최임위가 제시한 공식은 국민 생산성이 증가한 만큼 임금을 인상하고, 최저임금도 전체 노동자 임금 상승분만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라며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인 ‘저임금 해소와 노동자 생활안정 달성’이 난망해지고 법에 명시된 생계비와 유사노동자 임금 등 다른 결정 기준을 임의로 배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임위가 제시한 공식에선 최저임금 결정에 고려하도록 한 ‘소득분배’가 아예 빠져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평균적인 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하위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매년 불확실성 속에서 최저임금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 룰을 잘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인상률 근거가 된 계산법을 향후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법엔 저임금 노동자 경제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계산식에 사용된 거시경제 지표는 대기업 수출 실적이나 국제 유가 등에 영향받는 것이라 저임금 노동자가 받는 경제 충격을 다 가늠하기 어렵다”며 “생계비같이 경제사정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통계 지표를 따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노동자·사용자 대표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보에 고시(7월8일)하는 최저임금안에 대해, 고시 10일 이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노동부 장관은 이러한 이의제기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최임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으나 1988년 최저임금이 시행된 이래로 재심의를 한 사례는 없다. 민주노총은 올해 하반기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생계비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의 법 개정 운동에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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