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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현장] ‘30m 수문’ 위 대우조선 농성…앞은 바다, 뒤는 절벽

등록 2022-07-20 11:34수정 2022-07-20 18:15

섣부른 공권력 투입 우려
“쌍용차 사태 반복될라”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서 있는 도크게이트 뒤로 바다가 바로 접해 있다. 조선하청지회 제공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서 있는 도크게이트 뒤로 바다가 바로 접해 있다. 조선하청지회 제공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 농성을 시작한지 29일째인 20일 110여명의 동료 조합원들이 원유운반선 바로 앞 30m 높이 수문인 ‘도크 게이트’ 앞에 도열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조합원들은 경찰이 원유운반선 안으로 진입할 경우 곧바로 선박 아래로 내려갈 수 있도록 게이트 위에서 안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겨레>가 직접 둘러본 현장은 공권력이 투입돼 경찰과 노동자가 충돌할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 보였다.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도크 뿐 아니라 주변에는 고층 빌딩만한 선박 구조물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도크 주변은 골리앗 크레인 레일을 비롯해 바닥도 고르지 않은 상태다. 경찰이 투입되면 현장에 있는 100여명의 조합원들이 거세게 저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도크에서 10걸음만 물러서면 바다가 버티고 있다. 허리 높이의 난간이 있긴 하지만, 경찰은 물론 조합원들의 추락 취험이 매우 높아 보였다.

농성하는 이들이 있는 원유운반선 내부로 진입하는 과정 자체도 굉장히 위험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운반선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람 한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가파른 계단을 통해 10m 이상 내려가야 하고, 도크 밑바닥까지 내려간 뒤에는 다시 사다리를 타고 5m 이상을 올라가야 한다. 조합원 6명이 농성중인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도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야 한다. 이 곳에 오르는데도 비좁고 가파른 철제 계단을 올라가야 해 전날 이정식 장관도 이 곳을 방문할 때 주변인의 부축을 받았다. 원유운반선 밑바닥에 1㎥짜리 ‘철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부지회장은 유서와 휘발성 물질인 시너가 든 통을 갖고 구조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높이 15m 난간에 서서 고공농성 중인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모습. 조선하청지회 제공
높이 15m 난간에 서서 고공농성 중인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모습. 조선하청지회 제공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19일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 등과 함께 헬기를 타고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을 살펴봤다. 현장에서는 거제경찰서장이 윤 후보자와 이 장관에게 하청지회의 조선소 도크 점거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경찰청 경비국 산하 안전진단팀을 투입해 파업 현장 정밀 안전진단에 착수하도 했다. 최근 점거 현장을 확인한 경찰 관계자는 “조선소에 철제 구조물이 많아 건설 현장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조합원이 시너 등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경찰이 곧장 진입하기에 사고 우려가 커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동자 투쟁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한 것은 2011년 충남 아산 유성기업 공장에 경찰이 들어간 것이 마지막이다. 당시 경찰 3천여명이 점거 농성을 벌이던 유성기업 조합원 500여명을 끌어내고 대오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는 경찰이 현장에 진압하러 들어갔다가 쌍용차지부 조합원 150여명과 회사 직원 100여명, 경찰 100여명이 다치고 조합원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거제/박태우기자 ehot@hani.co.kr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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