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째 파업을 이어 온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 협력업체가 잠정합의를 했다.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에서 합의안에 대한 브리핑을 마친 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오른쪽)과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장인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청업체들이 22일 오후 임금 4.5% 인상과 폐업 하청업체 노동자 고용승계 노력 등에 대해 합의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 조합원 총회에서90% 이상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서, 지난달 2일부터 51일째 이어져온 파업이 마무리됐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파업 피해 민·형사상 면책’ 부분은 추후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파업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임금 30% 인상을 철회했고, 파업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부분도 추후 협상 과제로 남겨놨으나, 공권력 투입으로 인한 최악의 참사는 면했다.
조선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회사 협의회’는 2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한 끝에 △4.5%(업체별 평균) 임금 인상 △내년부터 설·추석 각 50만원과 여름휴가비 40만원 등 상여금 140만원 지급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최우선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후 열린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총회 투표에서 90% 이상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노조의 임금인상 목표 30%에 크게 못 미치고, 파업 전인 올해 초 하청업체들이 올려주겠다고 제안한 수준에 그친다. 이번 파업은 2016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 때 깎인 임금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청업체 대표들과의 개별교섭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자 옥포조선소 제 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원유운반선 점거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1㎥ 철제 감옥’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던 유최안 부지회장과 15m 난간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조합원 6명의 건강이 악화된 데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원·하청 사용자가 막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예고하면서 조선하청지회가 임금 인상 요구를 스스로 철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청업체 폐업으로 실직한 조합원의 고용승계 문제도 합의에 진통을 겪었다. 조선하청지회는 이번 파업을 전후해 폐업하거나 폐업을 예고한 하청업체의 노동자를 다른 업체에서 고용할 것을 요구해왔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잠정합의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폐업(으로 인한 실직)이 발생할 상황이 있는 노동자들을 내용적으로 고용승계를 하는 것으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며 “폐업한 업체의 조합원들에 대해서 다른 하청업체로 절차를 밟아서 고용승계를 시킨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배제 없이 원칙적으로 고용을 승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제1도크에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파업과 점거 농성 피해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문제는 전체 교섭 8일 가운데 사흘이 소요될 정도로 첨예한 쟁점이었다. 조선하청지회는 하청업체 쪽에 △파업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말 것 △파업 조합원들을 업무방해로 고소 및 징계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추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홍 부위원장은 “손해배상은 합의를 하지 못했다. 민·형사 면책 관련해서는 남은 과제로 남겨놨다”며 “성실하게 협의할 지점이 남아있다.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임원이 책임을 지고 조합원에게는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조선하청지회의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제/ 박태우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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