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현장 조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사현장 23곳 중 한 곳의 화장실 내부. 건설노조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수도권 공사현장 23곳 가운데, 34.8%인 8곳의 화장실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수도권 LH 아파트 공사현장 23곳의 화장실과 휴게실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23곳 현장에서 하청업체 건설 노동자가 주로 쓰는 화장실은 58개였다. 이들 현장의 평균 작업자 인원은 172명으로 30명에서 400명까지 한 현장에서 일한 것으로 집계되는데, 평균 화장실 개수는 2.5개에 그쳤다. 화장실에는 대변기가 최소 1개에서 최대 6개까지 있었다.
화장실의 위생상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조사 결과 `깨끗하다'고 분류된 현장은 6곳에 불과했고, ‘보통’ 9곳, ‘불량’ 8곳이었다. 특히 이동식 화장실에 쓰이는 `거품형 포세식 좌변기'만 있는 현장이 8곳(34.7%)이었고, 거품형 포세식 좌변기와 양변기가 섞여있는 현장이 7곳(30.4%)이었다. 양변기만 있는 화장실은 8곳(34.7%)에 그쳤다.
건설사 원청 관리자들이 주로 쓰는 시공사용 화장실을 따로 둔 현장도 15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73%인 11곳은 양변기만 있었다. 위생상태 역시 하청 노동자들이 쓰는 화장실과 달리, 15곳 현장 중 ‘불량하다’고 분류된 현장은 단 1곳(6.6%)에 그쳤다.
건설노조는 “그나마 있는 화장실도 현장 출입구에 있고 실제 건물이 올라가는 현장에는 거의 없다시피하고, 고층 건축물을 짓는 수도권 건설현장 특성상 일하다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며 시공사들이 양질의 화장실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게실 현황도 ‘건물 내’ 휴게실만 있는 현장은 전체 23곳 가운데 6곳에 그쳤고, 8곳은 ‘간이천막’과 ‘컨테이너’를 건물 내 휴게실과 혼용하고 있었다. 간이천막과 컨테이너만 있는 현장도 각각 3곳, 5곳이었고, 한 곳은 아예 휴게실이 없었다. 또 휴게실에 냉방장치가 없는 곳도 5곳이었다.
건설노조는 “아파트 1개동마다 휴게실 1개, 탈의실 1개, 샤워실 1개, 1개층마다 화장실 설치”를 요구하며, 이를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담아 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낼 계획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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