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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민주노총, 진보정당 지지?…간부 절반은 다른 후보 찍었다

등록 2022-08-22 00:00수정 2022-08-22 11:16

산별노조·연맹 대의원 3979명 조사
42.6% 민주당, 7.3% 국민의힘 찍어
‘노조가 진보정당 기반’ 통념 깨져
등돌린 이유 “당선가능성 낮아”
진보정당 실망 표명도 30% 넘어
2030 국힘 지지율은 20% 육박
“사회운동으로서 노조운동 퇴색”
지난 4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차별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4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차별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민주노총 간부 절반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 같은 진보정당 후보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양대 정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부 48%만이 진보정당에 투표했는데, 한국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민주노동당’을 직접 창당하고 대선마다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해온 민주노총이 진보정당의 확실한 지지기반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결과다.

21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민주노총 확대간부(산별노조·연맹 대의원) 3만8천여명 가운데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한 3979명의 답변을 분석해 ‘민주노총 확대간부 정치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대선 때 진보정당에 투표한 간부는 48%, 더불어민주당 42.6%, 국민의힘 7.3%, 기타 정당 2.1%로 나타났다. 평소 지지 정당은 진보정당(52.3%), 민주당(24%), 지지 정당 없음(19.1%), 국민의힘(4%) 순이었다. 진보정당에 투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당선 가능성이 낮아서’(27.8%)였다. ‘기득권 정당 후보 중 싫어하는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16.5%)가 두번째로 많았는데, 양당 중심의 정치 구조에서 ‘차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아서’(9.8%), ‘진보정당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9.1%), ‘진보정당이 갈라져 있어서’(9.6%), ‘기득권 정당과 차별화된 정책이 보이지 않아서’(7.8%) 등 진보정당 자체에 회의감을 느낀 이들도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 창당발기인이자 30년 가까이 경남에서 노동운동을 해온 50대 노조활동가 ㄱ씨는 “민주노동당 시절엔 무상의료·무상급식처럼 진보정당만의 의제를 던지고 조합원들도 많이 호응을 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고민과 갈망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점은 조사 결과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세대별 응답을 보면, 진보정당 투표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50대 이상뿐이었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진보정당 투표율은 줄어 20~40대에서는 민주당, 진보정당, 국민의힘 순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20~30대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18.2% 16.1%로, 40~50대 이상 5.2% 4.9%보다 높은 수준이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정규직 49.9%가 민주당에 투표했는데 진보정당 후보를 찍은 이들(38.9%)보다 많다. 비정규직·무기계약직에선 진보정당 투표 비율이 각각 69.2% 63.3%로 민주당 투표율(24.9%, 31.3%)보다 높다.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강조한 사회적 의제와 민주노총 간부들의 관심사 간에도 괴리가 있었다. 간부들은 대선에서 관심 있었던 정책으로 취업·고용안정·임금 등 고용·소득 안정(42.2%),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복지 강화(16.3%), 보수양당체제 타파와 다당제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13.0%), 집값·전월세 주거안정 정책(9.3%) 등을 꼽았다. 반면, 청년·젠더 정책(0.9%), 차별금지법 제정(1.8%), 디지털화·기후위기 관련 산업정책(2.0%) 등은 간부들의 우선순위에서 멀었다.

진보정치 강화를 위한 민주노총 역할을 묻는 문항에서는 ‘노동·사회운동이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34.6%), ‘진보정당의 연대·연합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23.5%)는 의견도 여전히 많았지만 ‘후보 지지는 조합원 개인에게 맡기고 참고 자료만 제공해야 한다’(16.1%), ‘정당 활동에 개입해선 안된다’(5.0%)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노조가 정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조합을 고용안정이나 소득보장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사회·경제·정치 체제를 변화시키는 ‘사회운동’으로서 노조운동 의미가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문제에 관한 노동조합 내부의 교육과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권일 사회평론가는 “시대적 관심사와 노조 간부들의 관심사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오랜 프로젝트가 맞닥뜨린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설립 5년차 사무직 노조간부 ㄴ씨는 “현재 조합원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정치 토론은 거의 불가능하다. 선거 때 민주노총 지지 후보가 누구고, 어떤 공약이 있는지 소개하는 수준”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산업별, 노조-정부 교섭이 아닌 기업별 교섭을 하면서 기업 내부 이슈만 해결하는 방식이 굳어지다보니 조합원들의 정치 의식이 변화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진보정당의 마음도 무겁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의당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노동 현안에 성실하게 대응하고 문제 해결에도 앞장섰지만 일하는 시민과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략과 기획이 부재했다는 점이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석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은 “정의당은 초심으로 돌아가 노동을 핵심 의제로 삼고, 국회 안이 아닌 현장에서 노조 안팎의 노동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도 “불평등 체제 전환과 양당체제 타파에 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열망이 있었지만, 진보정당이 이를 실현할 대안 정당으로 확고한 전망을 심어주지 못했다”며 “노동 중심 진보 단결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ehot@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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