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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코로나19 끝나니 ‘일터 지옥’…“항공사들이 노동력 쥐어짜”

등록 2022-08-23 18:14수정 2022-08-23 18:38

국회서 항공산업노동자 증언대회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주최로 ‘항공산업 일터회복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주최로 ‘항공산업 일터회복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승무원 9명을 배정하던 여객기에 6명만 배정하고 있다. 할일은 늘고 사람은 줄였다.”(대한항공 객실승무원)
“무급휴직 거부했다고 정리해고 하더니, 지금은 인력이 없어 노동자들이 죽어난다.”(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청소노동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항공수요 회복으로 일터로 돌아가고 있지만, 늘어난 수요만큼 인력이 회복되지 않아 노동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호소했다. 노동자들은 회사에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에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철저한 감독을 요구했다.

23일 오전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항공산업 일터회복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증언대회’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수요 회복 이후 곱절이 된 노동강도에 대한 항공업계 노동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항공정포포털을 보면, 지난달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를 탑승한 여객은 505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7월 1078만명의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해 같은달 324만명에 견줘 크게 늘었다. 국제선 승객이 많은 인천국제공항으로 한정하면, 지난달 여객 숫자는 17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달(28만여명)의 5배다.

문제는 회복된 항공수요만큼 인력이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조가 항공기에 여객수하물·화물을 싣고 내리는 지상조업사와 항공사, 인천공항 시설·경비·운영자회사 등 노동자 746명에게 코로나19 이전과 현재의 노동강도를 비교해 물었더니 53.4%가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2019년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항공업 회복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복수응답)으로는 인력부족과 안전위험 심각(74.9%), 장시간노동과 피로누적(59.8%) 등의 응답이 많았다.

송민섭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코로나19로 축소됐던 승객서비스가 지난달부터 정상화됐지만, 회사가 업무절차 간소화를 명분으로 승무원 인원을 감축해 늘어난 업무량에 지쳐가고 있다”며 “회사가 인건비를 아끼는 방식으로 이익만 추구해 승무원들이 몸이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은 2018년 일반석 승객 151명 당 승무원 6명을 배치했지만 현재는 252명당 6명을 배치하고 있다. 301명당 승무원 9명을 배치하던 항공기에는 현재는 8명만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첫 정리해고’를 단행했던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청소업체 아시아나케이오(KO)는 2019년 501명이었던 직원(고용보험 피보험자수 기준)이 지난 6월엔 218명으로 반토막 났다. 이 회사는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휴업수당의 90% 상당액)을 신청해 노동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2020년 4월 노동자 8명을 정리해고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해당 정리해고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등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됐다가 지난달 복직한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해 적은 인원으로 일하기가 너무 힘들어 휴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러오는 실정”이라며 “회사는 직원들에게 포상금까지 줘가며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으로 신규 인력도 퇴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욱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국장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바탕으로 고용을 유지했던 항공사들은 운항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휴직인력을 복귀시키는 것이 아니라 복귀한 인력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인력이 줄인 지상조업사나 항공 하청업체들은 인력채용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일부 업체에선 근로시간 한도를 위반한 장시간노동이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노동부의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심상정 의원은 “정부의 지원 덕분에 생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업들이 이윤에 눈이 멀어 고용의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한 기업들을 전수조사하는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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