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가 지난달 1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공장 작업중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지회 제공
지난 10일 한국타이어가 공장 설비 안전조처가 미흡하다며 기계 가동을 중지시킨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타이어지회(노조) 지회장과 간부 2명을 상대로 898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용성 한국타이어지회장은 지난 6월 19일 아침 5시 40분께 대전공장에서 트럭 고무타이어 형태를 만드는 회전체 기계 두 대의 안전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기계 비상 스위치를 눌러 생산 라인 가동을 중지시켰다. 제품 생산은 라인 가동 중단 약 10시간 만인 당일 오후 3시 30분께 재개됐다. 노조 설명에 따르면 2020년 11월에도 같은 종류의 기계 센서 고장으로 노동자 신체 일부가 말려들어 결국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김용성 지회장은 “빠르게 회전하는 기계라 사람이 가까이 가면 저절로 멈춰야 하는데 해당 기계는 평소보다 더 빠르게 회전했고 방호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회사 쪽에 안전 조치를 취해달라고 비상 스위치를 눌렀다가 1년 연봉을 훌쩍 넘는 청구액이 적힌 소장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쪽은 기계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는데도 노조가 무리하게 작업을 중지시켰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노조가 당초 센서 기능 고장도 아니고 ‘기계 회전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비상 스위치를 누른 것으로 안다”며 “생산 타격이 큰 것은 아니고 (손해가) 추후 잔업 등으로 메워질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비용이 수반될 수 있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쪽은 소송 제기 이전엔 3억 원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지닌다. 그러나 사쪽이 작업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활용을 못 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이후 노조를 상대로 작업중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7건을 냈는데 그중 5건(소 취하 2건 현재 재판 중 1건)은 현대차 승소가 확정됐다.
사쪽이 노조를 상대로 내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은, 그 자체로 노동자들을 정신적으로 압박하는 도구다. 국가와 쌍용자동차가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옥쇄파업을 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마무리되지 않은 채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손해배상 소송에 따른 집단 트라우마 진단 기록을 대법원에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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