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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근로감독 사전 예고에도 94% 노동법 위반인데…규제완화?

등록 2022-08-28 15:20수정 2022-08-29 02:48

돌봄업종·취약업종 근로감독
498곳 가운데 470곳 위법 적발
감독 실효성 확보 방안 시급한데
노동부는 규제 완화해 위반 줄이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올해 돌봄 서비스 업체들과 지역별 ‘문제 사업장’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 등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조사 대상의 94%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위법한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바꿔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도리어 주 52시간제 등 규제를 완화해 법 위반 건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이어서 노동계의 반발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498개 업체(50인 이상)에 대해 장시간 노동 등 근로감독을 한 결과 470곳(94.4%)이 근로기준법을 한 건 이상 위반해 시정지시와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그간 법 사각지대로 알려진 돌봄 업종(요양보호·아이돌봄·장애인 돌봄 등) 340곳과 제조업·소프트웨어개발업 등 취약 업종 가운데 지역별로 신고·제보 등을 받은 문제 사업장 158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노동부는 감독 시행 한 달 전에 미리 돌봄 업종과 지역별 취약 업종 기업에 근로감독을 예고하고 ‘자가진단표’와 ‘노무관리 가이드북’을 배포해 시정 기회를 줬으나, 사실상 효과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각 기업의 위반 항목(중복 포함)을 보면 업무 시간, 임금 등 기본 정보를 담은 ‘취업규칙’의 작성·신고 의무를 위반한 기업이 270곳으로 가장 많았다. 노동조건을 계약서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기업도 256곳이었다. 193개 기업은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한 노동자에게 연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연장·휴일노동을 시키면서도 법이 정하는 50∼100%의 가산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체불한 수당 규모는 총 16억9361만원에 달했다. 주 12시간 연장노동시간 한도를 넘겨 노동자에게 일을 시킨 기업은 48곳이었다. 이들 업체는 평균적으로 연장 노동시간 한도보다 6.4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켰다.

그러나 기업의 범법을 적발해도 한 차례 기회를 주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탓에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는 미미하다. 노동부는 이번에 적발된 2252건 법 위반 사항 가운데 기간제 노동자 근로조건 명시 의무 3건에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2249건(99.9%)에 대해선 시정지시를 내렸다. 기업이 정해진 기한 내에 잘못을 시정하기만 하면 법이 정하는 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지 않는다. 연장노동시간 한도 위반은 시정 기간이 3개월 이내, 연장·야간·휴일수당 미지급은 14일 이내다.

노동부는 “시정지시가 이행되는지 철저히 확인하겠다”면서도, 문제의 해법을 근로감독 실효성 확보가 아닌 ‘규제 완화’에서 찾았다. 주 52시간제 위반과 관련해 이정한 노동정책실장은 “기업이 전반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지켰는데도 직원 1∼2명이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 현행 노동시간 규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간헐적·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어려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주 52시간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근로자와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면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기업이 법을 지키지 않는 건 정부 행정에 효과가 없다는 뜻이지 처벌을 완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건강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되는데 정부가 이를 무작정 눈감아주자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비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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