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회의실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엘지 하이케어솔루션과 수수료·단체협약 조인식이 열리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엘지(LG)전자 렌털 정수기·공기청정기 등을 방문 점검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조합이 설립 2년여 만에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가전제품 방문점검 업계에서 근로기준법의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첫 사례다.
6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엘지케어솔루션지회(이하 노조)는 엘지전자의 자회사인 하이케어솔루션과 ‘2022년 수수료(임금)·단체협약 조인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노사는 10여년 동안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던 제품별 점검 수수료를 평균 4% 인상하고 △유가에 연동해 유류비를 지원 △고객 사정에 따른 점검 취소를 보상하는 ‘헛걸음지원제’ 신설 △고객의 성폭력·폭언·폭력행위 발생 때 업무중단 권리를 보장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금속노조 엘지케어솔루션지회 노조가 설립된지 2년 3개월여, 단체교섭을 시작한 지 8개월여 만에 단체협약 체결이다.
하이케어솔루션은 고객에게 렌털된 엘지전자의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유지·보수하는 엘지전자의 자회사다. 회사는 4700여명의 점검원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점검원 개인과 위탁 계약을 맺고 사업을 운영해 왔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공시를 보면, 이 회사가 직접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는 423명으로, 간접고용 비율이 91.8%에 이른다.
회사와 개별로 위탁계약을 맺은 점검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그동안 점검 건당 수수료만 받았을 뿐,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차량 유류비 등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왔다. 2019년 엘지전자 정수기 곰팡이 논란 이후 점검원들의 업무량 폭증을 계기로 2020년 5월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는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점검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노동자가 아니다’며 교섭을 거부했고, 노조 간부 계약해지 등 부당노동행위 공방이 지속되다 올해 1월에서야 교섭이 시작됐다.
노조는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과 가전제품 점검업계 표준계약서 도입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온전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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