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자들이 날로 증가하면서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플랫폼노동조합이 결성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플랫폼기업과의 단체교섭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들은 “플랫폼기업이 적극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1일 플랫폼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설명을 종합하면,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9월부터 음식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서비스와 23차례, 대리운전노조는 지난 3월부터 대리운전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와 13차례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쿠팡물류센터·쿠팡배송·쿠팡배달 3개 노조가 ‘쿠팡의 반노동 실태 증언 및 경영진의 자성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를 상대로 지난해 3월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삭감된 기본배달료를 4천원으로 인상할 것과 조합원 처우개선, 노조활동을 위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쿠팡이츠 쪽은 노조 요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회사가 안을 제시하면 얼마든 협의할 의사가 있는데도, 회사는 비용이 드는 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달 중 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단체교섭은 노조가 요구안을 내면, 회사도 이에 대한 안을 제시하고 의견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 위원장은 “쿠팡이츠의 낮은 수수료로 인해 배달라이더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쿠팡이츠 콜만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쿠팡이츠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입장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이츠 쪽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쿠팡이츠 뿐만 아니라 다른 쿠팡 계열사의 단체교섭 상황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쿠팡의 로켓배송 업무를 맡는 ‘쿠친’들의 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쿠팡지부는 92차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0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접근 없이 교섭 차수만 늘리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을 포함한 쿠팡의 3개 노조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활동을 불인정하거나 탄압하고 있는 모습은 근본적으로 쿠팡 경영진의 반노동적 태도와 전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0년 대리운전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우리는 대리운전기사의 사용자가 아니고, 대리운전기사도 노동자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교섭을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국회의 중재를 통해 지난 3월 교섭을 시작했다. 대리운전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 대리운전 기사가 돈을 내야 ‘좋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프로서비스’ 폐지와 호출 중개수수료 인하, 대리운전 요금체계 개편, 배차시스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매각 계획 발표와 철회 등으로 회사가 어수선해지며 교섭의 성과가 없다가, 최근에서야 회사가 노조 요구안에 대한 회사안을 제시하면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 한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대리운전 업계 전반의 이슈들을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회사가 좀더 적극적인 태도로 교섭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플랫폼노동자들의 노조가 플랫폼사업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는 흔치 않다. 지난 2020년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이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과 첫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라이더유니온이 경남 창원과 경기 안산의 지역배달대행업체와 단협을 맺은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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