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며 경제볼모론을 제기한 데 이어 북한 핵 문제와 비유하는 발언까지 쏟아낸 것으로 5일 알려지자 노동계는 “대통령 발언이 북핵보다 위험하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 위기 상황에 견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엔 “자신들 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를 빼앗고 경제를 볼모로 잡고 있다”고 화물연대를 비판했다. 안전운임제 지속과 적용 품목 확대 등을 내걸고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선 화물연대를 향해 잇달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들이다.
노동계는 공개적인 반박에 나섰다. 화물연대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어 “일국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기지 않는 이 언사를 들으며, 대체 왜 이리도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며 풀리지 않는지 알 법하다”며 “노정 관계를 대결로 보고, 국민의 안전을 손익으로만 보며, 입법을 승패로만 보는 대통령의 태도 변화 없이는 단 한 치의 진전도 나타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어 “지난 6월 8일간의 파업투쟁을 통해 얻어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다시 화물노동자를 극한의 투쟁으로 몰아넣고 나라의 경제를 거덜 내는 일차적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끄집어내 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등치 시키는 이런 발상이 대통령 본인의 진심이라면 이는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부정하고 어기는 행위이며 북핵 위협보다 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짚었다.
화물연대 파업 12일째인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차가 파업으로 멈춰 선 화물차 사이를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잇따른 강경 발언이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모든 국민을 아울러 국정을 펴야 할 대통령이 화물연대에 대해 적대적인 막말만 일삼는 건 노조 파업에 인색한 여론조사를 등에 업어 표나 지지율에 도움된다고 생각한 때문일 수 있다”며 “사회 갈등 사안에 한쪽 입장만 대변하며 적개심에 불타는 듯한 얘기만 함으로써 대통령이 사회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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