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왼쪽)과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오른쪽)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 총회 본회의에서 6일과 7일 각각 노동자·정부를 대표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고용노동부 제공
한국 정부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대응 논란은 아시아·태평양 36개국 노사정 대표가 참석한 제17차 국제노동기구(ILO) 아태지역 총회에서도 계속됐다. 정부는 파업 참여 화물기사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의 정당성을 항변했다. 한국 정부·노동자 대표를 잇따라 면담한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긴장을 높이지 말고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 낮(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 아태총회 본회의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국민 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한 운송 중단이 장기화돼 (중략)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집단 운송 거부가 국가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심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법률에 근거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기조연설을 들은 국제노동기구 아태총회 노동자그룹 대변인 펠릭스 앤서니는 <한겨레>에 “그(박 실장)는 분명히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특히 87·98호(결사의 자유) 협약과 (노사정) 삼자주의에 관한 144호 협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is not well versed)”고 밝혔다.
이날 질베르 웅보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은 정부 대표인 박 실장과 노동자 대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차례로 면담했다. 민주노총은 윤 수석이 “정부는 국제노동기구 개입을 ‘단순한 의견조회’에 불과하다며 무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국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특별한 주목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웅보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에 ‘정부가 긴장을 높이지 말고 사태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재 상황을 사회적 대화로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노동기구가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고용노동부 박 실장은 웅보 사무총장에게 “경제 필수 분야에서의 장기 파업이 국민의 생명·건강을 위태롭게 할 경우 업무복귀명령은 합법적일 수 있다”는 과거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 판단을 근거로 업무개시명령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제노동기구는
한국 정부에 보낸 사무총장 명의의 ‘개입’ 공문을 통해 “국제노동기구 감독기구는 ‘운송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복귀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한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 정부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