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노동시간 관리단위와 임금체계 개편을 핵심 내용으로 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편의 밑그림이 나왔다. 현재 주 단위로 이뤄지는 연장근로시간의 관리단위를 최대 연 단위까지 다양화하고, 연공형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고용노동부 의뢰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검토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우선 현행 주 40시간제에서 12시간까지 가능한 연장근로의 단위 기간을 월·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한 달치 연장근로시간에 해당하는 52시간(12시간×4.345주)을 한 달 범위 안에서 몰아서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장시간 연속 노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90%인 140시간, 반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80%, 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70% 수준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또 노동자가 일을 마친 뒤 다음 일하는 날까지는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해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연구회는 권고했다. 연구회 좌장을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다양화 요구에 맞게 개방하고 활용의 유연성을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충분한 휴식에 기반한 노동과 삶의 질 제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이 밖의 노동시간 개혁과제로 △근로일과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 확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사후 변경절차 보완 △야간노동에 대한 보호 조치 마련 등을 제시했다.
연구회는 대부분 기업의 연공형 중심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방안도 내놨다. 해당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임금체계가 없거나 미약한 중소기업의 임금체계 구축을 정부가 지원하는 한편 임금 공정성을 확보하고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상생임금위원회’를 설치하라는 권고도 내놨다. 실제 노동시간보다 적은 연장근로수당을 줘 노동 현장에서 지탄을 받는 포괄임금제에 대해선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연구회의 권고안에 담겼다.
연구회 권고안은 그 동안 주로 재계가 요구해 온 노사의 자율적인 노동시간 설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의뢰로 지난 7월18일 발족해 다섯달 동안 관련 내용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연구회가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책은 사실상 빠진 데다 노사 자율 규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제를 어떻게 활성화할지에 대한 방안은 추가 과제로 넘기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회는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를 위한 선출 절차 등을 마련하고, 이와 연계해 취업규칙 제도의 개편방안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이 가운데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와 유연근로 제도 개편 등 근로기준법 개정 사안은 국회에서 논의하고 나머지는 시행령과 지침 등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이번 권고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