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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초라한 ‘주 40시간제’ 스무돌 [유레카]

등록 2022-12-19 15:27수정 2022-12-19 18:31

허물어지는 주 40시간제. 김재욱 화백
허물어지는 주 40시간제. 김재욱 화백

한국의 노동시간 제도는 누가 뭐래도 주 40시간제다. 주 52시간제가 아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주에 쓸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 최대치 12시간을 더해 흔히들 주 52시간제라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주 최대 52시간 상한제’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에 가깝다.

주 40시간제는 국내에선 한-일월드컵 직후인 2002년 7월 전국의 시중 은행부터 시행됐다. 기업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도입해 2011년 7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됐다. 전면 적용 1년 전인 2010년 6월 노사정위원회에 모인 정부와 재계, 노동계는 “연평균 노동시간을 2020년까지 1800시간대로 줄이자”고 합의했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건강을 해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망가뜨리는 ‘만악의 근원’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 결과다. 하지만 합의가 무색하게도 2021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1800시간까진 갈 길이 멀다.(OECD 누리집)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은 1715.8시간이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노동시간 단축을 가장 세게 주창한 이는 헌정사상 첫 탄핵을 당한 박근혜였다. 노동시간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취임 1년 뒤인 2013년 4월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그는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은 삶의 질과도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1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된다고 부르댔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당시 회장조차 2017년 신년사에서 “고용절벽 해소를 위해서는 우선 세계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윤석열 정부가 2년 유예 끝에 내년부터 ‘주 최대 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2년 더 적용을 유예할 방침을 밝혔다. 주 단위로 관리하는 노동시간은 월이나 연 단위로도 관리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바꾸겠단다. 월 단위로 적용하면 1주에 80.5시간까지도 일할 수 있게 된다. 법정 노동시간의 두 배다. 전태일이 살아 있었다면 다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칠 상황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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