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작년 한 해 동안 산재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기업을 알리는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하고 있다. 이날 공동캠페인단은 고용노동부가 개인정보 침해, 법인의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기업명단 공개를 거부함에 따라 ‘살인기업’ 순위를 발표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17년간 해마다 진행한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을 올해는 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한 탓이다.
공동캠페인단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2006년부터 해마다 선정해 발표한 최악의 살인기업 관련 올해는 ‘선정할 수 없음’이라고 밝혔다. 공동캠페인단은 “2006년 이래 어느 대통령 하에서도 산재사고사망자료(살인기업명단)에 대한 제출 거부는 없었다”며 “올해 노동부는 기업명 등 기타 기본적인 정보 모두를 가린 자료를 제출해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캠페인단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노동부는 2021년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산재사망사고 보고일, 발생일 △원·하청 기업명 △공사규모 △노동자 수 등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기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이후엔 원청 및 하청 기업명, 사고현장 주소, 사업장 규모 등을 뺀 자료를 제출하다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을 위한 자료 재요청에 ‘사고 사망자 2명 이상 발생 기업 사망사고 현황’을 제출했다. 지난해 최악의 살인기업은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현대건설로 2007년, 2012년, 2015년에 이어 4번째로 선정된 바 있다. 특별상은 현대산업개발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받았다.
지난해 4월 19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요구에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중대재해 관련 자료 국회 제출 방안’ 자료.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제공
노동부는 올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산재사고사망 현황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하고, 2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기업 자료를 제출하면서 원청기업명과 주소, 재해 보고일 등은 뺐다. 공동캠페인단은 “가장 많은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기업의 정보는 오직 노동부만 알 수 있다”며 “이런 비공개 입장은 최악의 살인기업에 대한 봐주기와 조직적 옹호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정됐다. 공동캠페인단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하고, 법 개정 티에프를 발족하는 등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과로로 내모는 노동시간 개악, 기업 책임을 완화하고 노동자를 처벌하는 산안법 개악 추진 등 생명 안전 정책이 거듭 후퇴하고 있어 특별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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