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비정규직 임금 대폭 인상,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등을 촉구하는 기습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시장 이중구조,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조법 2조를 개정하십시오. 최저임금, 비정규직 임금 대폭 인상하십시오!”
23일 오후 2시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정동아트센터 2층 토론회장에는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 6명은 토론회장에 입장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상생임금위원회 공동위원장)에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직접고용으로!’ ‘원하청 상생 해결 불법파견 사용자 엄중 처벌부터!’ 등 손팻말을 들고 항의성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6월 중 이중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데 힘쓰겠다고 하지만, 정작 윤석열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그와 반대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중심 논의체로 삼겠다며 지난 2월 발족한 상생임금위원회는 오는 6월 발표할 ‘이중구조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해 학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를 이날 열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기선 교수는 공정하지 않은 노동시장의 원인을 고용형태와 기업규모에 따른 서로 다른 임금체계라고 봤다. 김 교수는 “차별시정제도 활성화, 투명한 임금 정보 제공 방안, 임금체계 수립 지원 등이 이뤄져 공정노동시장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중구조 문제를 전면화해서 푼다고 하는데, 방향은 옳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동이 없고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낀다”며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이중구조의 밑바닥에 있는,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는 이들의 임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노-노 갈라치기’를 띄웠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노동법제와 사회 안전망으로 보호받는 대기업·정규직 12%와 보호가 부족한 중소기업·비정규직 88%로 나뉘어 있다”며 “정규직, 노조원인지에 따라 일에 대한 보상과 보호 수준이 달라지고, 그 격차는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힘겨루기로 혼란스럽게 할 노조법 몇 개 조항 개정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개정안은 조직화한 대규모, 소수의 기득권만을 강화하고 노사관계와 경제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 개최 전 정동아트센터 앞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자 상생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인 ‘권순원 교수 최저임금위원회 사퇴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권 교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뿐 아니라 이중구조의 책임을 노조, 정규직에 전가하기 위한 상생임금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등 윤 정부 반노동 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며 “반노동 정권의 들러리도 하고 최저임금 공익위원도 하겠다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희망을 짓밟는 것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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