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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공적 노비 그 자체” 사회복무요원 64%, 직장 내 괴롭힘 당해

등록 2023-05-31 14:47수정 2023-05-31 20:49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 등이 연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발표회’에서 한 사회복무요원이 자신이 겪은 복무 중 갑질을 증언하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 등이 연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 발표회’에서 한 사회복무요원이 자신이 겪은 복무 중 갑질을 증언하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요양원 근무 중입니다. 노인분에게 폭언, 폭행을 당했으나 (기관은) 사회복무요원은 편하게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 좋게좋게 넘어가자고 합니다. 일하는 직원이 당했어도 마찬가지로 대응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사회복무요원은 군인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복무노조·직장갑질119 제보 가운데)

사회복무요원 64%가 복무 중 폭행·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고, 이 가운데 28%는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회복무요원은 노동자도 아니고, 군인이나 직장인도 아닌 모호한 처지 탓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다.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직장갑질119가 31일 발표한 ‘사회복무요원 350명 복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복무 중 괴롭힘을 겪은 사회복무요원은 64%로, 직장인 평균(30.1%)의 두 배에 달했다. 괴롭힘 유형으론 ‘폭행·폭언’을 당했다는 응답이 44%로 직장인(14.4%)보다 월등히 높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괴롭힘금지법 시행 이후 일반 직장인이 괴롭힘을 겪는 비율은 크게 줄고 있는데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복무요원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괴롭힘을 경험한다. 특히 일반 직장에서는 최근 거의 나타나지 않는 폭언·폭행을 두드러지게 겪었다는 점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자유 응답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은 자신의 처지를 “노예가 따로 없다” “공적 노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등으로 표현했다. 사적 용무 지시나 초과 근무 강요 등 부당한 업무지시와 이에 항변할 수 없는 상황을 이른 것이다. 복무 중 괴롭힘 유형 가운데 ‘부당한 업무 지시’를 겪은 경우는 48.9%였다. 복무 중 괴롭힘을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이들이 대다수(70.2%)였다. 근로기준법은 직장내 괴롭힘과 신고 이후 부당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회복무요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현장 증언자로 나선 사회복무요원 김진환씨는 아동센터에서 일하며 “청소, 강사·복지사 등의 월급 계산 및 지급, 차량 운행, 이용 아동 돌보기, 시설보수, 급식 식재료 구매, 주방보조, 서류작성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센터 전반 업무를 노동자처럼 하는 셈이다. “정규직을 써야 할 직종에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한다” “직원들과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는 답변은 주관식 설문에서도 반복됐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이 받는 월 급여는 일병 68만원, 상병 80만원, 병장 100만원에 식대 하루 7천원으로 사회에서 생활하며 의식주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복무요원 급여로 생계유지가 가능한지 묻자, 82.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복무 중 부족한 생활비는 대부분(81.7%) 가족의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하은성 사회복무노조 사무처장은 “보통 사회복무요원은 집에서 출퇴근해서 얼마나 행복하냐고 하지만 그것은 가족 지원을 받는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이들이 실제 여럿 존재하고 겸직 허가 또한 쉽지 않은 이들에게 노동자도, 군인도, 공무원도 아닌 사회 복무요원 처지는 부담스러운 굴레일 뿐”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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