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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비정규직 여성 10명 중 4명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

등록 2023-09-03 12:07수정 2023-09-03 20:21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 직원이다. 기혼 남성 팀장이 입사 순간부터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하고 성적인 발언을 해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저속한 성적 발언과 행동에 대해 “싫다”고 분명히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후 고의로 결재를 지연시키면서 “네 탓에 일이 지연되고 있다”고 남들이 오해하도록 고함을 지르고 있다.” (2023년 3월 직장갑질 119 제보 중)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10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를 3일 보면, 응답자 26%는 입사 이후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 가운데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35.2%로 남성(18.9%)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비정규직의 성희롱 경험 비율은 31%로 정규직(22.7%)보다 높았다. 비정규직 여성(232명)의 경우 10명 중 4명꼴(38.4%)로 성희롱 피해를 겪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근로자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법에 따라 이런 행위는 금지되는데,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 최대 1천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이들(260명) 83.5%는 ‘(문제를) 참거나 모른 척했다’고 답했다. 이어 ‘회사를 그만뒀다’(17.3%) 응답이 많았고, ‘경찰·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국민권익위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성희롱을 당한 비정규직 여성 30.3%는 이후 회사를 관뒀다고 답했다.

응답자 15.1%는 직장 안에서 성추행·성폭행 피해를 겪은 적이 있었다. 여성들의 피해 비율은 24.1%로, 남성(8.1%)의 3배였고 비정규직(22.3%)은 정규직(10.3%)보다 2배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보면, 업무상 위계·위력으로 추행한 가해자에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대응특별위원회 박은하 노무사는 “직장 내 젠더 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단호한 거절만으로는 중단되지 않는다. 오히려 직장에서 우위성이 있는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면 더욱 집요하게 괴롭히는 특성을 보인다”며 “여성이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사용자와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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