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미달” 정식고용 미루고 기간 끝나면 퇴사 압박
구직자 ‘대상자 우대 업체’ 기피도…“근본 대책 필요”
구직자 ‘대상자 우대 업체’ 기피도…“근본 대책 필요”
2007년 11월 울산의 한 정보통신업체에 취직한 최아무개(27)씨는 입사 뒤에도 한동안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 회사 쪽이 ‘청년 고용촉진 장려금’을 타기 위해 고용 신고를 미뤘기 때문이다. 그해 10월 말 워크넷(노동부 산하 고용사이트)에 구직 등록을 한 최씨는 석달이 지나야 장려금 수급 자격이 생기는 탓이었다. 최씨는 “회사에서 석달이 지난 지난해 2월에야 노동부에 고용 신고를 했다”며 “임금 비용을 줄이려는 편법인 줄 알지만 고용된 처지에서 항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고용촉진 장려금(이하 장려금) 제도가 일부 사업주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3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한 29살 이하 청년 실업자를 채용하는 사업주에게 1년 동안 다달이 30만~6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주의 경우 대상자를 속여 편법으로 수령하거나, 심지어 수령 기간이 끝난 직원의 퇴사를 종용하는 등 구직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스튜디오에서 보조일을 하는 송아무개(26)씨는 “정부 보조금이 끝나갈 무렵이면 실장들이 ‘한번 버텨봐라’는 식으로 힘들게 하면서 1년 이상 장기 근무를 못하게 해 버티지 못한 직원들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업주로선 신규 장려금 지급 대상자를 채용하면 다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 퇴사한 김아무개(27)씨는 8개월 동안 근무했지만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사장이 장려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채용 등록을 3개월 늦춰 하는 바람에 실업급여 지급 기준이 되는 6개월 이상 근무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 구직자들이 ‘고용촉진 장려금 대상자 우대’를 내세운 업체를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취업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는 “지원금 수급 기간이 끝나면 해고를 하고 다른 직원을 뽑는 기업이 많다”, “장려금 대상자 우대를 내건 업체라면 지원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정보와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동부는 장려금 지원 대상을 지난해 ‘노동부 산하 직업안정기관의 알선을 받은 자’로 강화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구직 등록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노동부 관계자는 “부당 수령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상시적으로 부정수급 조사팀이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한국청년센터 운영위원장은 “지원 기준만 강화하면 사업주들이 고용 신고를 기피하는 기간만 늘어나 구직자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되돌아올 수 있다”며 “부당 수령 업주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지원금을 통한 임금보전 형태가 아닌 근본적인 청년취업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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