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61일째 끝모를 싸움
사쪽, 대화 끊고 전방위 압박…파업 노조원 ‘격렬한 저항’
경찰, 강제진압 부담감… 협력업체는 “청산” 목소리
사쪽, 대화 끊고 전방위 압박…파업 노조원 ‘격렬한 저항’
경찰, 강제진압 부담감… 협력업체는 “청산” 목소리
20일로 파업 61일째를 맞은 쌍용차 평택공장은 경찰 헬기가 낮게 선회하는 소리와 검은 연기, 매캐한 냄새가 뒤섞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법원이 노조원 퇴거를 위한 강제집행을 시도하면서 노조를 향한 ‘전방위 옥죄기’가 본격화했다. 쌍용차는 파국으로 치닫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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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방불
경찰은 이날 오전 34개 중대 3000여명을 공장 안팎에 배치했다. 강제집행을 위해 법원 관계자들이 공장에 들어서자 경찰은 이 가운데 400여명을 노조가 점거 중인 도장공장 쪽으로 전진 배치시켰다. 정문에서 도장공장 사이 빈터에는 아침 일찍부터 노조쪽이 부탄가스를 폭발시켜 불을 붙인 타이어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렸고, 그 사이로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한 경찰 헬기 두대가 돌아다니며 동향을 파악했다.
평택지원 박건 집행관 등이 도장공장 접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은 옥상에서 볼트와 너트를 새총에 장전해 쏘면서 이들의 접근을 막았다. 집행관 등은 3차 시도에서 핸드마이크를 통해 “공장을 비워달라, 이를 방해하면 공무상 업무집행방해죄다”라고 말했지만 노조의 저항에 결국 1시간30여분 만에 물러났다.
하지만 오후 들어 알려진 파업 노조 간부의 아내 자살 소식으로 공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정문 앞에 모여 있던 쌍용차 가족 대책위 회원들은 “회사가 끝내 사람을 죽였다”며 오열했다. 경찰은 20여개 중대를 배치해 외부인 공장 진입을 막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과 가족들은 이날 오후 7시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추모 촛불 집회를 열었다.
■ 대화, 진압 모두 어려워
이런 가운데 노사간 대화 채널은 꽉 막혀가고 있다. 회사 쪽은 이날 도장공장에 들어가는 물과 가스를 끊어버렸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대로 지속되면 파산은 불가피하다”며 노조를 압박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파업 노조원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노조의 내부 분열이 가속화하면 사태가 해결된다’는 시각이 회사나 정부 쪽에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안에서 분란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빠져나온 사람들 불만이 안에서 제대로 정보가 유통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말해,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회사 쪽은 “노조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면 대화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어떤 타협 여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장 경찰이 점거파업을 진압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날 강희락 경찰청장은“법원의 강제집행에 따르는 불상사를 예방는 차원일 뿐”임을 강조하며, 도장공장 진입은 쉽지않음을 내비쳤다. 무리한 진압으로 희생자를 내는 상황은 정부나 경찰 모두 부담스럽다.
■또 불거진 ‘파산 신청설’
쌍용차의 최대 채권자인 협력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럴 바에는 오는 9월15일로 예정된 관계인집회 이전에 “청산절차를 밟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협력업체들 모임인 ‘협동회’ 관계자는 “8월1일 노사 양쪽에 손해배상소송과 동시에 파산법원에 조기파산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협동회 사무총장인 네오텍 최병훈 대표는 “2600개 협력업체에 20만명이 걸려 있는데 그나마 직원들 퇴직금이라도 주려면 기업가치가 남아 있는 동안 청산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에 쌍용차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이 다음달 1일 파산신청을 낼 경우 노사는 사실상 공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홍용덕 기자,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쌍용차 공장에 대한 퇴거 강제집행 시도가 이뤄진 20일 오후 평택시 칠괴동 공장 앞에서 이날 자살한 정책부장의 아내에 대한 사측과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 겸 기자회견에서 한 가대위 회원이 울먹이고 있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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