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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길을 찾아서] 2기 노조서 상근직 맡아 점점 활동가로 / 이총각

등록 2013-06-16 19:51

1975년 2월 동일방직 노동조합은 이영숙 지부장을 선출하며 2기 여성 집행부를 구성했다. 총무부장을 맡은 이총각(앞줄 오른쪽 넷째)은 그해 여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소장 김형배·앞줄 왼쪽 다섯째)에서 노동법 강좌 등을 들으며 여성 노동자에서 노조 활동가로 차츰 의식을 키워갔다.
1975년 2월 동일방직 노동조합은 이영숙 지부장을 선출하며 2기 여성 집행부를 구성했다. 총무부장을 맡은 이총각(앞줄 오른쪽 넷째)은 그해 여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소장 김형배·앞줄 왼쪽 다섯째)에서 노동법 강좌 등을 들으며 여성 노동자에서 노조 활동가로 차츰 의식을 키워갔다.
이총각-우리들의 대장, 총각 언니 22
1975년 2월15일 동일방직 노동조합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영숙이 새 지부장에 당선되면서 여성 집행부 2기를 맞았다.

대회 시작과 함께 진행된 지난 1년간의 성과 보고는 1기 주길자 여성 집행부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여성 조합원의 생리휴가, 회사 창립 기념일의 유급 휴일, 기숙사 온수시설 확충, 신용조합과 소비조합 발족 등은 이영숙이 안정적으로 지부장에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밖에도 1기 집행부에서는 남성 지부장 때와는 판이한 활동을 전개하며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항을 많이 정착시켰다. 식당에서 관리자와 생산직 노동자의 식탁을 구분했던 칸막이를 없애도록 했고, 돈으로만 지급되던 월차 역시 쉽지는 않았지만 노동자가 원하는 날 쓸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현장에 게시판을 만들어 노무과의 알림글뿐만 아니라 노조의 활동 내용을 게시함으로써 조합원들이 노조의 활동 상황을 잘 알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74년 완공된 여자기숙사는 지방 출신 조합원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이총각은 2기 집행부에도 참여해 노조 상근직인 총무부장에 선임되었다. 그의 생각엔 도시산업선교회(산선) 회원인 이영숙을 지부장으로 결정하고 가톨릭노동청년회(지오세) 회원의 몫으로 자신을 선정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전임 주길자 집행부에서 지부장의 잘못된 활동을 깐깐하게 지적하곤 했던 사람은 총각이었고, 매사에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원칙적이고 곧은 성격의 그가 그 자리를 맡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주길자 집행부를 거치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힘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회사는 또다시 원치 않은 여성 지부장이 선출되자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다. 노동당국도 산선과 지오세의 힘을 과소평가했다는 반성과 함께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은 몇달 뒤 와이에이치(YH)무역과 삼성제약에서 민주노조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탄압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총각은 현장에서 노동자로 열심히 일하며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그래서 일만큼은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 그 현장을 떠나 노조 상근 실무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게 설레는 한편 복잡한 심경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솜먼지 날리는 찜통 같은 현장이 아닌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한동안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거북하고 어색하기만 했다.

그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어느새 노동운동의 전선에 조금씩 더 다가서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오세를 통해 노동조합을 배웠고 인간답게 사는 삶이 무언지를 알게 되면서 조합에서 활동하는 것이 행복했다. 예전처럼 어떤 협박이나 참을 수 없는 언사에 모욕적으로 느끼거나 비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 부당함에 분노가 먼저 일었다. 이렇게 그는 여성 노동자에서 노동조합 활동가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영숙 집행부는 더욱 활기차게 노조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임금·상여금·퇴직금·특근수당 문제뿐만 아니라 해고 조합원의 복직, 몸 수색 폐지, 기숙사생 식대 보조 등을 요구하며 끈질긴 협상과 투쟁을 계속해 나갔다.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에 대한 교육선전활동이었다. 그해 7월 섬유노조본부(섬유본조)의 표응삼 교육선전부장이 방문해 대의원과 상집위원 40여명을 대상으로 단체협약과 회의 진행법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고, 11월부터는 지부장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노조 사무실에서 1회에 30여명의 조합원에게 2시간 동안 진행한 교육은 노동조합의 목적, 노조를 보호하는 법, 조합원의 자세와 의무 및 권리, 공동생활인의 태도 등에 관한 것이었다. 노동 관계 법령이 수록돼 있는 노동수첩을 제작해 나눠주고, 섬유본조에서 매달 발행하는 <섬유노보>도 배포해 조합원들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동시에 간부들은 외부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와 세미나 등에 참여하며 연대활동을 넓혀갔다. 총무부장인 총각 역시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서 하는 3개월 과정의 노동법 강좌를 시작으로 노동조합 활동가로서 의식을 단계적으로 높여가기 시작했다.

이총각 구술

구술정리 박민나<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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