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왼쪽)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교조 사무실에서 서울행정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념·정치 앞세운 노동탄압
법적 다툼 여지 있다는 의미
‘노조아님 처분 취소’ 소송은
일러도 두세달 지나야 결과 나와
‘해직자 가입 불허 노조법 위헌’
헌소 결과에 전교조 지위 달려
법적 다툼 여지 있다는 의미
‘노조아님 처분 취소’ 소송은
일러도 두세달 지나야 결과 나와
‘해직자 가입 불허 노조법 위헌’
헌소 결과에 전교조 지위 달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화한 정부 조처의 효력을 1심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멈춰야 한다는 13일 법원의 결정으로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시작된 ‘반노동 정책’에 잠시나마 제동이 걸렸다. 마치 작전계획이라도 짠 듯 진행되던 정권의 노동탄압 움직임이 법적으로 탄탄한 근거에 기반한 게 아니었음이 입증됐다는 의미도 있다. 행정법원은 정부가 제기한 법적 근거들이 대부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조급하고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 이념 앞세운 반노동 정책에 제동 이번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노동계를 표적으로 삼은 정부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8월 조합원 규모 13만명이 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필증을 내어줄 듯하다 거부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6만 조합원의 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8일 선거개입 혐의로 공무원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이 법원 결정에 대해 ‘반노동 정책에 대한 제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배경이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부정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정부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윤애림 방송대 교수(법학)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교사의 단결권을 막는 곳은 없다. 1998년 노사정 대타협으로 교사의 단결권을 인정했음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깬 정부 정책에 경종을 울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은 ‘성질’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전 정부가 ‘경제’를 앞세워 노동탄압 정책을 펼쳤다면, 현 정부는 ‘이념과 정치’를 앞세워 노동탄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주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갈등이 불거진 반면, 이번 정부에서는 국가기관이 전면에 나서 노조의 존재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보수라는 국정기조를 앞세운 이번 정권이 공무원과 교사들도 통제되고 관리돼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과는 성격이 다른 노동탄압이다. 법원이 시간적인 제동이라도 걸어준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 본안소송·헌법소원 결과에 눈길 이병훈 교수의 말처럼 이번 법원 결정은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 전교조는 지난달 24일 고용부의 ‘노조 아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냈다. 그 결과에 따라 전교조가 노조법상 노조의 지위를 유지할지 잃게 될지 최종 판가름이 난다.
지난달 2일 낸 헌법소원 결과도 주목된다. 전교조는 해직자 및 해직교사의 조합 가입을 막는 노조법과 교원노조법 2조가 헌법상의 평등권과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법외노조화를 통보할 수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이 법률에 근거가 없는 ‘법 위의 시행령’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헌법재판소가 내릴 판단은 노조 규약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는 이유로 신고필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운명도 결정하게 된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신고필증을 내어주지 않는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이 사법부에 계류중인 상황이라 전교조 헌법소원 등 결과를 유심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교조가 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한 건에 대한 처리 결과도 관심거리다.
전교조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예전의 지위를 당분간 회복하게 됐으나 긴장의 끈은 놓지 않았다. 월급에서 원천징수해오던 조합비를 자동이체(CMS) 납부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은 계속 추진하면서 12월에 열리는 지회장·대의원 선거를 통해 조직력을 다잡을 계획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25년간 지켜온 참교육의 가치를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서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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