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치 조사…인권위 권고도 전면수용 28% 그쳐
* ILO : 국제노동기구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화해 국내외 노동계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10년 동안 국제노동기구(ILO)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노동문제 관련 핵심 권고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결권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모두 묵살해 ‘누구를 위한 고용노동부냐’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한겨레>가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거나 자체 취재로 파악한 결과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0년간 국제노동기구에서 15차례 권고를 받았으나 이 가운데 받아들인 것은 ‘개별 기업의 복수노조 허용’ 1개뿐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2002년 8월 이후)는 고용노동부에 모두 25건의 권고를 했으나 고용노동부는 7건을 수용 거부했고, 전부 수용은 7건, 일부 수용은 10건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수용을 거부한 인권위 권고는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의 ‘노조 아님’ 통보 조항 개정 △외국인 노동자 인권침해 최소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청소년 노동인권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교육부 장관은 수용했으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불수용) 등 최근 노동계의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이다. 일부 수용의 경우도, 핵심 내용은 대부분 비켜가 사실상 수용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리해고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규정한 법조항을 구체화하라는 요구는 “기업회생 수단을 제한한다”며 거부했고, 산업재해 입증 책임을 현재처럼 노동자에게 지우지 말고 인과관계가 없음을 사용자가 증명하도록 하라는 권고에는 “(노동자의) 무분별한 보상(요구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거부했다. 거부의 이유가 대부분 재계 논리와 비슷하다.
국제노동기구의 권고는 사실상 전부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 15번의 권고 가운데 유일하게 받아들인 복수노조 시행은 1997년 노동법 개정 때 이미 합의하고 시행만 미뤄오다 2011년 7월 제도화한 사안이다. 그밖의 국제노동기구 권고는 공무원·외국인·교수들에게 단결권을 주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나, 고용노동부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고용부가 조금만 의지를 가지면 할 수 있는 일인데, 경제 논리를 앞세우니 노동자의 권리나 지위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정부가 국제적 기준이나 규범을 얘기하지만 경제나 기업 논리에 한해서뿐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선진국을 추구하고 인권·노동 분야에서는 아직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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