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 정도면 검찰도 노조 파괴의 한 축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11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자리한 보쉬전장의 해고자 정근원(45)씨는 힘없이 되물었다. 전씨는 2012년 1월18일 회사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이른바 ‘노조파괴 문건’ 내용대로 다음달 해고돼, 회사 편에 선 제2의 노동조합이 들어서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가 속한 전국금속노동조합 보쉬전장지회는 같은 처지인 유성기업·발레오만도·상신브레이크 지회 등과 함께 같은 해 10월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그러나 대구·대전 지방검찰청은 1년2개월간 수사를 끌다 지난해 12월 불기소 처분했고 고등검찰청마저 지난달 항고를 기각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봐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 9월 국회 청문회에서 창조컨설팅의 자문 문건이 공개됐고 이후 회사가 창조컨설팅에 ‘성공 보수금’을 준 사실도 드러났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재판정에서 법에 따라 처벌 여부를 가릴 기회조차 원천 봉쇄한 셈이다. 정씨는 “문서과 금융거래내역이 있는데도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장이 마음대로 노조를 탄압해도 된다는 뜻이냐”며 갑갑해했다.
이들의 하소연엔 이유가 있다. 법원이 노조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관련 민사 소송에서 회사의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정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며 ‘회사와 창조컨설팅 사이에 작성된 문건의 내용대로 회사의 대응과 징계가 이뤄졌다’고 판결했다. 결국 금속노조는 11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다시 판단해 달라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회사의 노조 파괴 책임을 물을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를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다를까.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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