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제공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앞 거리에
‘제원면 기관·단체장협’ 명의로
노조, 사실상 사쪽과 연계 의심
면장 “지역발전 위해 단독 행동”
‘제원면 기관·단체장협’ 명의로
노조, 사실상 사쪽과 연계 의심
면장 “지역발전 위해 단독 행동”
충남 금산군 제원면장(5급)이 “금속노조 결사반대”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어 물의를 빚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했을뿐더러 노조가 소속된 기업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타이어지회는 “충남 금산군 제원면장 고아무개(58)씨가 전날(14일)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정문 앞 삼거리에 ‘지역기업 파탄내는 금속노조 결사반대’(사진)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는 노조 활동을 보장해야 할 공무원이 헌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라고 밝혔다.
고 면장이 내건 펼침막의 명의가 ‘제원면 기관·단체장 협의회’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게 노조 쪽 설명이다. 이 협의회의 회장이 면장 자신인데다, 금산경찰서 봉황지구대장(경감)은 물론 한국타이어 간부인 배아무개 생산지원팀장 등이 회원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복수노조로 출범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은 지난 12일 공장 안에서 노조 선전물을 돌리면서 회사 쪽과 충돌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고 면장이 내건 펼침막이 사실상 한국타이어 쪽과 연계된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고 면장은 자신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회사 쪽과 논의가 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에서는 면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 면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7월 부임한 뒤 한국타이어 인근 아사(ASA)공장이 노사 갈등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전해들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 와 있는 면장 입장에서 현수막을 내걸었을 뿐 다른 협의회원들과 상의한 것은 아니고 현수막은 노조의 항의로 그날 바로 떼었다”고 해명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다수의 지역사회 공무원이 속한 협의회에서 헌법이 보호하는 노동권을 부정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재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노동조합이 지역경제를 파탄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한국타이어 사쪽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지 정확한 진상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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