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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한상균 체포 이후…파국 치닫는 노-정

등록 2015-12-10 19:15수정 2015-12-10 22:50

“노동5법 반드시 연내처리”
새누리는 임시국회 소집
고용부는 노동계 뺀 토론회

민주노총 “총파업” 강경
한국노총 ‘노사정 탈퇴’ 고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몸을 의탁한 지 25일 만인 10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석하면서 조합원들과 포옹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 위원장 왼쪽 팔목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으로부터 받은 염주가 둘러져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몸을 의탁한 지 25일 만인 10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석하면서 조합원들과 포옹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 위원장 왼쪽 팔목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으로부터 받은 염주가 둘러져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조계종의 중재와 한 위원장의 자진출석 결정으로 물리적 충돌이라는 극단 상황은 피했지만, 노-정 관계는 더욱 파국을 향해 내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노동계가 반대하는 노동개편 방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노사정 합의에 참여했던 한국노총 역시 정부·여당의 독주 탓에 점차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어 노사정 합의도 종이쪽지로 전락할 위험이 커졌다.

한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피산한 지 25일 만인 이날 오전 10시24분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함께 관음전 건물에서 걸어나왔다. 자승 총무원장과 면담한 뒤 오전 11시께 생명평화법당 앞으로 이동한 한 위원장은 “정부와 새누리당은 저임금, 비정규직 확대, 자유로운 해고, 노조 무력화를 완수하기 위한 노동개악을 경제를 살리는 법이라고 주장하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대재앙을 불러올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16일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주신 조계종과 조계사 스님, 신도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한 뒤, 조계사 밖으로 걸어나가 경찰에 의해 남대문서로 호송됐다.

위원장이 체포된 민주노총은 강경대응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 위원장 구속을 규탄하는 ‘노동개악 및 공안탄압 분쇄 결의대회’를 전국 곳곳에서 열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16일 총파업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노동개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 간 대화 채널은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파견법·기간제법)은 노사정 합의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30일부터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한국노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노사정위 대화를 중단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할 경우에는 노사정위를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낸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합의를 사실상 포기하고 지난달 16일 국회에 공을 넘긴 상태다. 노사정위는 조사 방법론에 대한 합의 실패 탓에 지난 7일 비정규직 실태조사도 포기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노동개편 페달을 밟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 8일 국무회의 등을 통해 연일 노동개편법안 연내 처리를 강조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한국노총에 일반해고·취업규칙 관련 지침을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제안을 거부했지만, 고용부는 11일 일반해고 지침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각자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이견을 전제로 논의를 밀도있게 진행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기간제법을 ‘비정규직 고용안정법’, 파견법을 ‘중장년층의 일자리 연장법안’이라고 개명하는 등 여론전을 펼치며 ‘연내 노동 5법 처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근로자의 3%에 불과한 민주노총에 편승하지 말고 나머지 97%의 노동자 편에 서서 노동개혁 완수에 동참하는 길만이 국민을 위한 정도임을 명심해주길 바란다”며 야당을 몰아세웠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는 노동계 탄압에 발맞춰 노동법을 연내 반드시 완료해야 한다며 독단적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직권상정까지 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의 입장은 강경하지만, 노동개편 관련 법안들을 야당의 합의 없이 통과시키기는 어렵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기간제·파견법이 ‘정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나쁜 법인지’에 관한 과학적인 검토 결과를 가지고 가서 야당 설득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가며 논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파견법과 기간제법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조계사 대치에 여론이 집중되면서 마치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노총이라는 양극단의 대결인 것처럼 정국이 압축됐다”며 “대통령이 국가 발전과 사회 통합을 위해 국론을 모으는 대신, 앞장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불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한 위원장이 체포됨으로써 정부 노동개편에 반대하는 ‘상징’이 사라졌다”며 “극단적인 여론 양분을 통해 토론의 과정을 생략하고 주류의 힘을 이용해 노동법 처리를 밀어붙이는 모습이어서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유주현 서보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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