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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버티자” “나가자” 격론…9일밤 민주노총 ‘번뇌의 4시간’

등록 2015-12-10 19:23수정 2015-12-10 23:21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진출석에 앞서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민주노총 조합원과 조계종 직원 등의 인사를 받으며 대웅전으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진출석에 앞서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함께 민주노총 조합원과 조계종 직원 등의 인사를 받으며 대웅전으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상균 위원장 자진출석

“끌려나가야 총파업 동력”
“자진출석해야 고립 안돼”

긴급 중집회의 뜨거운 논쟁
결론은 “버틸 수 없는 상황”
“한상균 위원장 개인의 몸이 아니다. 버티는 데까지 버티는 게 지도부의 역할이다. 끝까지 버티고 끌려가는 모습 보여야 한다.”(ㄱ집행위원)

“총궐기를 했지만 우리가 왜 집회했는지 언론이 전혀 써주지 않았다. 자진출석한다면 이번이 (집회 취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다.”(ㄴ집행위원)

“자진출석이든 체포든 실시간으로 한 위원장 모습이 중계될 텐데 조계종과 경찰에 ‘나가는 모습 보호해 달라’, ‘물러나 있어 달라’ 요청하는 것이 현실적이다.”(ㄷ집행위원)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중재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이 보류된 9일 밤 9시,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회의실에서는 긴급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렸다. 34명의 민주노총 집행위원들은 한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갑론을박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회의실 복도의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꺼두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등 철저한 보안 속에 민주노총 집행부의 ‘고통스런 고뇌의 4시간’이 시작됐다. 논쟁의 열기는 뜨거웠다. ‘자진출석이냐, 체포냐’를 두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체포되는 모습을 보여야 총파업 때 조합원들이 결집한다’는 의견부터 ‘자진출석해야 고립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쳇바퀴처럼 이어졌다. 회의 중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12시간 더 버티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느냐. 우리의 요구를 알리면서 자진출석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자’는 절충안도 나왔다. 회의 도중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한 위원장이 ‘노동개악에 끝까지 맞서자’며 격려하는 내용의 음성메시지를 집행위원들이 모두 함께 듣기도 했다. 한 위원장의 메시지에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지 명확하게 이야기하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회의실 밖까지 들렸다.

조계종과의 관계에 대한 묘한 긴장감도 회의 중 흘러나왔다. 한 집행위원은 “한 위원장이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설움과 멸시를 당하며 조계사에 왜 숨어 있냐. 우리가 전체적인 판단을 해야지 조계종과의 갈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자진퇴거 압박 등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다.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물리적으로 버틸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이뤄졌다. 집행위원들 사이에선 “침탈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 버텨보겠는데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명분도 명분이지만 실제 우리가 물리력으로 이젠 버틸 수가 없다” 등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수천명의 병력이 조계사 관음전을 에워싸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의 피신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살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위원장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자, 찬성 의견이 52.9%로, 반대 의견 32.9%보다 앞서게 나타난 바 있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10일 새벽 1시께 회의를 마치고 나와 “치열한 논의 과정 속에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다수결이나 투표 등의 형식으로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고, 만장일치 같은 표현도 쓰고 싶지 않다. 각자 다른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다 민주노총 의견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고통스런 번뇌의 4시간’을 보낸 민주노총 집행위원들은 10일 오전 8시30분께 “한 위원장은 다시 싸우러 나간다”며 한 위원장의 자진출석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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