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월드컵경기장서 총파업 집회
“성과연봉제 반대…2·3차 총파업 진행”
27일 공공운수·28일 보건의료노조 예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 수만명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성과연봉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t
양대노총 공공·금융부문 노동조합 조합원 20만여명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22일 연쇄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노총 금융노조가 2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지난 2014년 9월 관치금융 철폐를 내걸고 파업에 참여한 지 2년 만이다. 금융노조는 금융 공기업과 시중은행 등 산하 34개 지부를 두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단기 실적주의가 심해져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부실 대출 등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측이 성과연봉제와 쉬운 해고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업은 조합원 9만명이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참여율은 이보다 크게 낮았다. 집회장인 월드컵경기장(수용인원 6만명)에는 약 3만5천명~4만명이 집결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파업 참가인원을 7만5000명으로, 정부는 1만8000여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 은행 곳곳에서 은행원들의 퇴근을 막고 파업 불참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전국 곳곳의 은행 영업점에서 노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곳은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은 경영진의 지침에 따라 지점별 파업불참 인원을 최소 50% 이상으로 정하고, 이를 거부하는 은행원들은 50%가 채워질 때까지 퇴근을 시키지 않고 사실상 감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기수 기업은행지부장은 “어젯밤에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퇴근을 못하게 한다' ‘초등학교 학생이 혼자 기다리고 있다'는 전화가 빗발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점장에 따라 지점별로 파업참가자와 불참자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을 수 있으나 회사에서 확인된 내용은 아니”라며 “노조가 주장하는 감금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파업 참가자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1만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체 은행권 직원 대비 참가율은 15% 수준이다. 특히 영업점이 많은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파업 참가율이 3% 내외로 저조해 영업점 업무는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한편, 오는 27일부터는 철도·지하철·국민연금·서울대병원 등을 산하지부로 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고, 28일엔 공공병원을 산하지부로 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29일엔 토지주택공사·근로복지공단 등이 포함된 한국노총 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이 하루 파업에 나선다. 이번 파업은 개별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쟁의권을 획득해 진행하기 때문에 합법파업이다.
앞서 지난 1월부터 정부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전면 확대를 추진해왔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성과 측정이 어렵고, 성과주의 만연이 공공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다수의 공공기관들이 노조의 동의 없이 제도 도입을 강행하면서 불법성 논란이 계속돼왔다. 정은주 박태우 임지선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