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프랜차이즈 제빵업계 1위를 달리는 파리바게뜨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허영인 에스피시(SPC) 회장의 ‘열정’을 든다. 허 회장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33살의 나이에 미국에서 제빵기술을 직접 배웠다. 제빵을 너무나도 잘 알다 보니, 잘 나가는 메뉴부터 매장 매출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는 파리바게뜨의 ‘과함’을 지적한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협력업체 소속 가맹점 제빵기사에게 가맹사업법이 허용하는 교육·훈련, 경영지도 등을 넘어선 지휘·감독을 ‘과하게’ 했다는 것이다. 파견법에 위반되는 일 없이 도급계약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이를 무시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과함’의 핵심에는 허 회장이 있다. 본사가 협력업체 제빵기사들에게 업무상 지시는 물론 근태관리까지 했다는, 불법파견의 증거 가운데는 허 회장의 지시가 있다. 점심 시간 매장 매대에 케이크가 부족하다는 허 회장의 지적 이후로 본사가 제빵기사들의 출근 시간을 앞당기도록 한 것이다. 본사는 이 지시 이후 ‘조기출근 달성률 지표’까지 만들어 관리했다.
고용부는 28일 정식으로 파리바게뜨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 소속 5378명의 제빵기사 가운데 직접고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거부 의사를 밝힌 이를 제외하고 11월9일까지 모두 직접고용 해야 한다. 결국 허 회장의 결단이 없으면 이 역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하며 만났던 제빵기사는 “대학에서 제빵을 배웠는데 지방에 있는 전통 있는 제과점에서 빵을 배우자니 너무 힘들 것 같았다”며 “일단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면서 제빵에 대한 꿈을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제빵을 배우기 위해 미국까지 건너갔던 33살의 허 회장과 나이도 비슷하고, 빵에 대한 열정도 비슷할 것이다. 그들이 파리바게뜨를 어떻게 더 키우고 싶은지, 어떤 빵을 만들고 싶은지, 불만은 무엇인지, 허 회장이 들어야 할 차례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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