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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조선업 산재 사망 5년새 112명…국민참여조사위 떴다

등록 2017-11-02 17:21수정 2017-11-02 17:41

2일 고용부 ‘조선업 중대산재 조사위’ 17명 민간위원 위촉
‘노동친화’ 문재인 정부의 국민참여조사위 첫 사례 주목
사고현장 방문·노동자 인터뷰, 사업장 조사 뒤 개선책 통보
2015년에만 조선업 산재피해 1940명…평균치 크게 웃돌아
민주노총 “하청 노동자들 빠져 유감…근본적·구조적 대책을”
지난 8월 20일 경남 창원시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이던 화물운반선 내 아르오(RO)탱크가 폭발해 하청노동자 4명이 숨진 사고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20일 경남 창원시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에서 건조중이던 화물운반선 내 아르오(RO)탱크가 폭발해 하청노동자 4명이 숨진 사고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업 사업장들에서 인명사고를 비롯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로 짜인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이하 조선재해조사위)를 출범시켰다. 고용노동부는 2일 조선업 재해조사위 위원 17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사고에 대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진상조사와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재해조사위는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산업안전보건전문가로는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등 4명, 산업구조 및 제도 전문가로는 강문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등 5명이 참여했다. 또 조선업계 경력자로 현대중공업 근무자 최수찬씨 등 4명, 노사단체 추천 전문가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의 이김춘택 사무국장과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의 문창수 국장, 전승태 경영자총협회의 전승태 산업안전보건팀장 등 3명이 위촉됐다.

이번 조선재해조사위는 ‘노동친화 정부’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재해 대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면서, 대형 인명사고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산재 사고에 대해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사고 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8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이 발표되고, 9월엔 현장노동청 설치 건의도 나왔다. 조선재해조사위는 문재인 정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처음으로 구성된 국민참여조사위원회다.

조사위는 앞으로 조선업체의 사고현장 방문, 사업장 자료조사, 노사 관계자와 현장 노동자 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업장 안전시스템, 원청과 하도급 실태 및 고용 형태 등 사고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는 제도와 관행, 구조적 문제점 등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조사를 마치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기술적 개선 방안 뿐 아니라 관련 제도 및 구조적 개선책까지 아우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에 통보하게 된다.

고용부는 조사위의 현장조사와 회의에 시민단체와 조선 관련학과 대학생 등도 참관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사위는 2018년 2월말까지 4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나, 필요할 경우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 위촉식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뒷줄 왼쪽 여섯번째)고 배규식 위원장(그 왼쪽 옆)을 비롯한 17명의 위원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 위촉식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뒷줄 왼쪽 여섯번째)고 배규식 위원장(그 왼쪽 옆)을 비롯한 17명의 위원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부 산업안전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산업재해 조사는 근로감독관들이 업체의 법규 위반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수사 위주로 이뤄졌는데. 이번 조사위는 민간 전문가와 현장 경험자들이 직접 참여해 시민의 시각과 눈높이로 사고(의 원인과 대책)를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업체가 개선할 점들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 개선을 요구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거나 불법이 아닌 사항은 제도 개선을 권고할 것”이라며 “업체가 개선 권고를 실제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방안 등은 추후 조사 결과가 나온 뒤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종은 다른 산업 부문과 견줘 중대산업재해 위험이 크고 재해 발생도 잦은 편이다. 산업안전공단의 최신 통계인 <2015 산업재해통계분석>을 보면, 선박 건조 및 수리업종에서 2015년에만 1940명의 재해자(천인률 8.30)가 발생해 전체 평균 천인률 5.02를 훨씬 웃돌았다. 천인률은 노동자 10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 수의 비율이다. 또 고용부 집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조선업체에선 산업재해 사망자만 112명이나 됐다. 특히 그 중 93명(83%)이 협력업체 직원이어서 원청과 하청업체 간 재해율 차이가 매우 컸다.

2일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던 그 시각, 민주노총은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조사위 구성 절차에서 제대로 된 당사자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조선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하청 노동자의 반복적 산업재해 대책이 이번에도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철도, 항공을 비롯해 35개의 각종 사고조사위원회가 기술적인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운영되면서 현장 노동자의 참여가 배제됐고, 고용구조 및 제도개선에 대한 접근과 대책은 제시되지 못했다”며 “조사위의 독립성 보장, 원만한 조사를 위한 지원, 조사위가 도출한 대책의 실질적 이행 보장 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 조사와 해결책”을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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