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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사정위 개편, 취약·소외층 대표성 높여야”

등록 2017-11-29 17:07수정 2017-11-29 20:02

29일 노사정위-ILO ‘사회적 대화 국제심포지움’
손영우 “합의·교섭-협의·자문 기능 나누자” 제안
한국노총 “정부·사용자 주도 노동배제 정책 문제”

네덜란드·아일랜드·프랑스·스페인 사회경제위 참가
네 “부문별·기업별 활성화…정부-경제주체 특약”
아일랜드 “정부 성향과 무관한 독립성·연속성을”
프 “헌법으로 독립적 위상 보장…신뢰가 중요”
스페인 “사회적 대화 참여는 선택 아니라 의무”

29일 노사정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 공동주최로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사회적대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아일랜드의 로리 오도넬 경제사회위원회 사무국장(왼쪽 스크린)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자국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29일 노사정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 공동주최로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사회적대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아일랜드의 로리 오도넬 경제사회위원회 사무국장(왼쪽 스크린)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자국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를 ‘협의·자문’ 기능과 ‘합의·교섭’ 기능을 나누어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손영우 서울시립대 유럽연합(EU)센터 연구위원과 임상훈 한양대 교수 등은 29일 노사정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 공동주최로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사회적대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노사정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제2세션 발표자로 나선 손영우 연구위원은 먼저, 노동 의제가 근로조건과 고용 뿐 아니라 복지·경제정의·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주체의 참여가 요구되며, 한국사회가 노사 양쪽 모두 조직화 수준이 매우 낮다는 점을 들어, 사회적 대화기구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는 협소한 의제와 낮은 대표성, 일방적 합의 요구와 미흡한 이행, 정부가 주도하면서 노·사의 목소리가 작아지는 논의 구조였다는 것이다.

손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2개의 개편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노사정위원회를 ‘협의·자문’ 기능을 맡는 사회노동위원회와 ‘합의·교섭’ 기능을 맡는 사회정상회의로 분리하자는 것이다. 사회노동위원회에는 여성, 청년, 대기업-소상공인 상생, 비정규직 등 부문 포럼을 두어 취약·소외 계층의 대표성도 보장하도록 했다. 이 경우 자문기구의 독립성과 활발한 의견 표출 등 대화의 안정성은 기대되나, 여론의 관심이 없거나 대통령이 자문기구를 무시할 경우 사실상 무력화될 우려가 있어 영향력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노사정위 개편안의 다른 하나는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와 별개로 의제, 업종, 지역별 위원회를 구성해 의제 개발의 전문성을 높이고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그 자체로 효력을 발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구 조직은 하나로 두되 기능은 분리하고 기능별 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패널 토론자로 나선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우리 노사정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이지만 예산, 인력, 의제설정, 합의이행 등 사업운영이 고용노동부의 간접과 통제 아래 있으며, 정부와 사용자 주도의 노동배제적 정책 탓에 사회적 대화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자의 대표성 논란과 관련해 “한국 노동자들의 조직률이 낮은 이유는 정부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등 국가가 노조를 관리하는 시스템 때문”이라며 “프랑스에서 노조 조직률(7%)이 낮다는 이유로 대표성이 부정되느냐(그렇지 않다)”고 따져 물었다.

29일 노사정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 공동주최로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사회적대화 국제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9일 노사정위원회와 국제노동기구(ILO) 공동주최로 서울 을지로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사회적대화 국제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앞서 제1세션에선 네덜란드·아일랜드·프랑스·스페인 등 유럽권 4개국 참가자들이 각각 자국의 사회적 대화기구의 역사와 운영 경험을 소개했다. 네덜란드의 마르코 보스 사회경제위원회 사무부총장은 “네덜란드에서 사회적 대화는 국가적 차원 뿐 아니라 부문별, 기업별로 활성화돼 있다”며 “정부는 정책을 독점하지 않고 경제사회 주체들과 조율하면서 특별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의 로리 오도넬 경제사회위원회 사무국장은 “아일랜드에선 사용자, 노동조합, 농업조합, 사회 엔지오(NGO), 환경 엔지오 등 5개 부문에서 각 3명씩 위원으로 참여해, 경제 사회 뿐 아니라 기후변화, 일과 가정의 양립, 보육 및 노인 부양 등 다양한 분야의 과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오도넬 사무국장은 특히 “정부의 성향에 따라 사회적 대화기구의 방향과 활동이 달라지지 않도록 독립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카롤 쿠베르 경제사회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프랑스는 제3공화국 시절인 1925년에 사회적 대화기구가 처음 꾸려졌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자문기구로 기능한다”고 밝혔다. 1946년 프랑스 제4공화국은 경제사회위원회를 헌법기구로 격상해 독립적 위상을 부여하고 노조 참여를 보장했으며 1969년에는 드골 대통령이 상원과 경제사회의원회의 통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8년엔 경제사회위원회에서 경제사회환경위원회로 확대 개편됐다.

스페인의 호세 캄포스 경제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스페인의 사회적 대화기구는 1970년대 프랑코 독재정권에서 민주화로 이행하는 시기와 궤를 같이 한다”며 “사회적 대화기구의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세계화와 정치적 포퓰리즘 득세라는 역동적 변화 속에서 정부의 성향에 따라 사회적 대화기구도 영향을 받는데다, (유럽 재정·금융위기 이후) 최근 8년새 활동이 위축됐다”고 우려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양대노총만으로 다뤄지지 않는 현안과 의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성이 낮은 게 정규직 노조만의 탓은 아니며 우리 법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98%를 차지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이해를 대변하는데 조직화를 사회적 대화 참가의 조건으로 거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며 “노사정 위원회가 그런 논의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평등과 배제가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새롭게 지향해야 할 가치는 포용적 질서이며, 소외되고 권리가 배제된 집단을 민주사회의 주체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 연구위원은 “이전까지의 사회적 대화는 세계적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유연화=경쟁력’이란 인식이 깔려 있었다”며 지금 모색중인 사회적 대화이 미래 설계는 이전과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카롤 쿠베르 프랑스 경제사회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사회적 대화에 대한 신뢰 뿐 아니라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파트너들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신뢰는 매일 얻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증명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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