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하늘에 둔 채 2017년이 저물고 있다.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44)과 박준호 사무장(44)이 지난 11월12일 새벽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서울에너지공단) 굴뚝에 올랐다. 이들이 농성 중인 굴뚝 뒤로 12월24일 오후 해가 저물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키 117㎝와 몸무게 32㎏에서 자라기를 멈춘 ‘난장이’ 아버지(1978년 조세희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는 벽돌공장 굴뚝에 올라 눈앞에 걸린 달을 따다 떨어져 죽었다. 키 큰 사람들 뒤에서 까치발을 들어도 보이지 않던 그의 작은 몸은 지상의 집을 빼앗긴 뒤 허공에 섰을 때에야 흐린 달빛을 받아 눈에 띄었다. 난장이 아버지 사후 40년째 해에 홍기탁(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과 박준호(사무장)가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2017년의 식어가는 태양 앞에 매달려 있다.
봐 주는 사람 없는 45m 굴뚝에서 408일(차광호·2014년 5월27일~2015년 7월8일)을 견뎠던 ‘난장이’ 노동자들은 75m 굴뚝(서울 양천구 목동) 위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굴뚝의 키가 30m 더 자라는 동안 그들의 키는 40년 전 난장이 아버지보다 작아졌다. 한국합섬과 스타케미칼(옛 한국합섬 인수)에서 폐업과 해고를 겪은 그들은 파인텍(스타케미칼 폐업 뒤 고용승계)마저 ‘증발’하자 돌아갈 곳이 하늘(11월12일 고공농성 시작)밖에 없었다(
<한겨레> 12월9일치 15면). 2년4개월 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 끝에 얻어낸 ‘3승계(고용·노조·단협) 약속’이 파인텍 사쪽의 단체협약 미체결과 공장 기계 반출로 다시 백지가 됐다. 펼침막(3승계 이행, 노동악법 철폐, 헬조선 해체)을 머리띠처럼 두른 굴뚝 위에서 그들은 408일에 하루씩을 더하며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소리치고 있다.
‘408일+49일째’ 되는 12월30일 그들의 굴뚝 아래로 사람들이 모인다. 여의도 국회 앞 기자회견(오후 2시30분)과 목동 스타플렉스(파인텍 모기업, 오후 5시) 앞 항의집회를 거친 ‘난장이’의 친구들이 굴뚝 밑으로 행진해 그들 앞에 걸린 차가운 태양을 올려다본다. 그들을 하늘에 두고 떠오르는 2018년의 태양도 굴뚝의 시린 냉기를 덥히진 못할 것이다. 12월2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2015년 민중총궐기 주도로 구속)은 제외됐다.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글 이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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