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들을 해고하려는 단지들이 나오자 “명분뿐인 휴게시간을 줄이고 실질적인 휴일을 늘려 최저임금을 보장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 아파트단지에 붙은 휴게시간을 알리는 표시.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올해 최저임금이 1시간에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오르면서 아파트 등의 경비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해법으로 “경비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말고 퇴근시키라”는 제안이 나온다. 명분뿐인 휴게시간을 줄이고 실질적인 휴일을 늘려 최저임금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2015년 서울 성북구 석관두산 아파트는 조명을 엘이디등으로 바꾸고 한전과 계약을 새로 맺는 등 전기요금을 줄여 아파트 관리비를 7.8% 줄였다. 덕분에 2015년 경비노동자 임금이 평균 19% 오를 때 다른 아파트 단지들은 경비원을 줄였지만 이 아파트는 경비 노동자 30명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오른 인건비보다 내린 전기요금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 내년부터는 인건비 오름세가 전기료 아낀 몫을 넘어서게 된다.
이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24시간씩 맞교대로 일하고 월 183만원을 받는다. 2020년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엔 노동자들이 월급 243만원을 받게 되면서 아파트 관리비에서 경비비는 1만1000원(32.8%)이 오르게 된다. 입주자 대표를 맡았던 심재철 에너지 나눔 소장의 제안은 “무급 휴일을 늘리자”다. “한달에 평일 하루, 주말에 하루씩 휴일을 도입하면 경비원 급여는 205만원으로 줄어들지만 인건비 인상률은 12.1%에 그친다. 이 정도는 아파트가 에너지 절약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심 소장 제안을 놓고 이 아파트 주민들은 토론중이다.
2012년부터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많은 단지들은 관리비를 늘리지 않기 위해서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취해왔다. 사진은 한 아파트 관리실에 붙은 공고문. 노원노동복지센터 제공
평균 나이 65.6살. 99.3%가 고령 남성인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99.6%가 격일로 24시간씩 일한다(서울 기준). 24시간 근무 중 낮에 3시간, 밤엔 5시간씩 휴식시간이 있지만 경비실에서 잠깐 쪽잠을 자다가 야간 순찰을 돌기 때문에 수면은 물론 휴식도 어렵다. 많은 아파트 단지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경비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아껴왔다. 실제론 민원에 응대하고 택배를 대신 받게 하면서도 ‘휴식’으로 정산, 월급을 줄인 것이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쉬지도 못하는 무급 휴게시간을 터무니없이 늘려 최저임금을 맞추는 아파트가 계속 늘어왔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과 함께 아예 하루는 퇴근할 수 있도록 경비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근무시간을 조정하면 24시간 근무하는 경비원이 현재보다 절반이 줄어들기 때문에 주민이 불편할 수도 있고 경비 노동자들의 급여 인상률이 적어지지만 인건비와 심야근무가 다 같이 줄어 노동환경 개선의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상승을 이유로 해고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박경환 노동정책과장은 “시는 17·18일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용안정 및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설명회’를 열고 관리비 절감과 시 지원 정책을 설명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고령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시간 조정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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