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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국가기관의 최저임금 무능대응에 비정규직 노동시간 반토막

등록 2018-02-21 21:04수정 2018-02-21 21:16

[멈춰, 직장갑질] ⑤ 대법원-마지막회
법원행정처, 16.4% 최저임금 인상분 용역비에 반영 안해
법원 스캔업무 용역노동자 11명 올해부터 반일제 근무 전환
행정처 “기재부가 2.6%만 인상해 어쩔 수 없었다” 해명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용역비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바람에 비정규직 노동자 11명이 뜻하지 않게 반일제로 일을 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용역비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바람에 비정규직 노동자 11명이 뜻하지 않게 반일제로 일을 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사법부 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을 용역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바람에 법원에서 전일제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11명이 강제로 반일제 노동을 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을 내건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를 앞서 살펴야 할 국가기관이 되레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정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법원행정처와 전자소송 관련 용역업체 노동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ㅋ업체 소속으로 전국 각급 법원에 파견돼 전자소송 스캔업무를 하는 노동자 95명 가운데 오후에만 반일제 노동을 하는 이는 1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명이던 반일제 근무자가 올해부터 11명 더 늘었다. 이들 노동자는 각급 지방법원으로 출근해 종합민원실 등에서 종이 형태로 들어오는 민사 관련 소송서류를 일일이 스캐닝 해 전자문서화 하는 일을 주로 한다.

문제는 이들 11명이 전일제 노동에서 오후 4∼5시간짜리 반일제 노동을 하게 된 배경이다. 1년 단위로 ㅋ업체에 용역을 주는 법원행정처와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올해 용역비를 지난해에 견줘 2.6%밖에 인상해주지 않았다. 노동자 대부분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주는 업체는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 시급을 맞추기 위해 11명의 노동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이 업체 소속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든 노동자 양승옥(가명)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용역비가 줄어 어쩔 수 없다’며 근로시간을 줄이자고 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해 법원에서도 안내직원과 일부 청소직원들은 정규직화가 됐는데, 막상 우리같은 전자소송 스캔업무 하는 이들과 전산 담당자들, 대표전화 교환원은 대상에서 빠졌다”며 “더구나 근무시간까지 줄어 고용이 불안정해지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며 월급으로 최저임금 135만2230원보다 조금 많은 136만원을 받은 양씨 등 11명은 올해부턴 4∼5시간씩 일하고 80만∼100만원을 받는다.

법원행정처 쪽은 애초 예산을 짤 때 5%대 인상안을 짰으나 기재부가 2.6% 인상안을 밀어붙여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인상을 주장해도 기재부가 전부처 공통사항이라며 처우개선비 명목의 2.6% 인상을 뺀 나머지를 깎는 바람에, 그 액수에 맞추려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화살을 대법원으로 돌렸다. 기재부 법사예산과 관계자는 “예산을 짤 때 우리가 모든 부처에 ‘최저임금 위반을 살펴 얘기해달라’고 했으나 대법원이 별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처우개선율 2.6%를 적용한 것”이라며 “우리가 법원행정처에서 몇 명을, 얼마를 주고 일 시킬지까지 콘트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에 노동자들만 갑질을 당한 셈이다.

직장갑질119의 박성우 노무사는 “정부가 직접이든 간접이든 고용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선도적으로 대비책을 만들고 구체적인 지침을 내렸어야 한다”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큰 틀은 맞는데, 세부적인 부분에서 구멍이 난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끝>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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