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법률 전문가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 김용균님 사망사고 규탄 및 위험의 외주화를 반대하는 전문가 1458인의 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고 김용균씨의 죽음으로 다시 공론화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두고 노동 안전과 보건, 법률 전문가 1458명이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산업재해 사고 발생 때 사업주 처벌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안전보건·법률 전문가들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 김용균님 사망사고 규탄 및 위험의 외주화를 반대하는 전문가 1458인의 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 원칙적으로 금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노동자의 알 권리 보장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제도 개선 △산재 사고 발생 시 사업주의 처벌 강화 △노동자 참여권과 작업중지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1458명의 서명을 담은 전문가 선언문과 관련 학계 의견서를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대한민국에는 노동 정책은 없고 경제 정책만 있다. 그 정책은 노동자 생명보다 기업 이윤만 우선한다. 그래서 노동자는 죽어가고 있다”며 “죽음의 외주화부터 멈춰야 한다. 국회에서 논의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면 개정안 당장 통과시키라”라고 말했다.
노동 안전 관련 전문가들은 기자회견에서 원청의 책임과 처벌 강화를 강조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동일 노동에 대한 노동자의 차별, 안전에 대한 차별과 같은 문제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동일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은 원청이 져야 하고 그 책임은 더욱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홍 인천대 교수(산업공학)는 “지난 1년 동안 노동부와 산안법을 개정했는데, 그게 누더기가 됐다. 그런데 그것조차 계류돼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사람이 죽고 다쳐도 과태료 몇천만원이면 끝이다. 기업은 이익을 먹고 사는 조직인데 투자보다 벌금이 싸면 누자 투자하느냐. 그걸 막자는 게 산안법 전면 개정”이라고 호소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대표적인 공기업인 발전사가 오히려 민간기업보다 더 악질적인 행태를 보였고, 결국 먹이사슬의 최말단에 있는 힘없는 청년 하청 노동자가 희생됐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노동자를 홀대하니 촛불정부를 자임해도 불신이 생기고, 결국 청년 하청 노동자가 죽어 나간 것”이라며 “위험 업무를 포함한 상시지속업무는 직접고용을 하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고 김용균씨의 이모부 황윤석씨도 목소리를 보탰다. 황씨는 “우리가 지금 국회의원을 만나지 않으면 산안법이 통과될 것 같지 않단 생각이 들어서 국회를 찾고, 당 대표를 만나는 입장이 됐다. 촛불정권이라는 이 정권에서마저 통과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돈이 없어도 못 배워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바른미래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은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도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유한국당사와 바른미래당사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산안법 전부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라고 요구했다.
시민대책위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작년 매출액은 4조2천억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3572억원에 당기 순이익은 1109억원이다. 그러나 하청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는 최저임금보다 8만원 많은 월급에 컵라면을 먹으며 11시간~13시간 일해 왔고, 어두컴컴한 현장에서 작업을 위한 헤드 랜턴조차 요구하지 못했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주장하는 기업의 부담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산안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매년 2400명 산재 사망과 반복되는 하청 산재 사망을 그대로 두자는 것에 다름없다”며 “반복되는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 앞에 서민과 청년을 앞세우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제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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