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0월 12일 오전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리는 서울 새문안로 에스타워 앞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7대 입법과제 연내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총 요구한 대체근로 허용 등 이견 워낙 커
노사정 합의 대신 국회 입법 논의로 넘어갈 듯
노사정 합의 대신 국회 입법 논의로 넘어갈 듯
유럽연합(EU)이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며, 한국의 입장이 긍정적으로 제시되지 않을 경우 전문가 패널에 회부할 가능성을 시사한 9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법 개정 문제 등을 놓고 노사정 대화를 하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선 노사정 부대표급 3명이 8일 다시 만나 막판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견이 워낙 커 거리를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경사노위는 그동안의 논의 경과만 정리해 국회에 안건을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어 관련 논의는 ‘입법 전쟁’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 노사정 잰걸음에도 협상 공전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일과 5일 두차례 노사정 부대표급 회의를 열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걸림돌’은,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대신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해달라며 경총이 내놓은 5대 요구사항 가운데 △파업 시 대체근로 무제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두가지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대체근로 제한도, 부당노동행위 처벌도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이 숙제를 풀지 않으면 (논의가)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아무리 합의를 하려고 해도 경총이 완강하니 진도가 안 나간다. 이 두가지는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8일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양쪽 다 갑자기 태도를 바꿀 확률은 크지 않다. 이 안건을 다루는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은 6일 노사정 부대표급 협상 결과를 점검하고, 조만간 최종 의견을 정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라 조심스럽지만, 노사가 합의할 의지가 없다면 억지로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이상, 지난달 박수근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이 밝힌 대로 합의안 없이 그동안의 논의 경과만 정리해 국회로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 유럽연합, 당장 압박 수위 높이지는 않을 듯
9일 열리는 제8차 한-유럽연합 무역위원회에선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이행평가, 통상 분야 협력 강화 방안 등과 함께 핵심협약 비준 문제도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노사정이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유럽연합이 곧바로 전문가 패널 회부 등 강도 높은 분쟁 해결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 관계자는 “무역위에 유럽연합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통상 담당 집행위원이 회의 뒤 국회를 방문해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국회가 언제까지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구체적인 일정과 의지를) 확약한다면 분쟁 절차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핵심협약 비준에 적극 나선다면,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하는 대신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만약 한국·유럽연합·제3국의 전문가로 구성되는 전문가 패널에 회부될 경우 한국의 ‘자유무역협정 위반’ 문제가 공식화돼 국가적 평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핵심협약 비준은 노사정 합의라는 ‘아름다운 그림’ 대신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조합법·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 개정안 등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법안들이 결사의 자유를 더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일과 5일 두차례 노사정 부대표급 회의를 열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걸림돌’은,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대신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해달라며 경총이 내놓은 5대 요구사항 가운데 △파업 시 대체근로 무제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두가지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대체근로 제한도, 부당노동행위 처벌도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이 숙제를 풀지 않으면 (논의가)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아무리 합의를 하려고 해도 경총이 완강하니 진도가 안 나간다. 이 두가지는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8일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지만, 양쪽 다 갑자기 태도를 바꿀 확률은 크지 않다. 이 안건을 다루는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은 6일 노사정 부대표급 협상 결과를 점검하고, 조만간 최종 의견을 정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라 조심스럽지만, 노사가 합의할 의지가 없다면 억지로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이상, 지난달 박수근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이 밝힌 대로 합의안 없이 그동안의 논의 경과만 정리해 국회로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 유럽연합, 당장 압박 수위 높이지는 않을 듯
9일 열리는 제8차 한-유럽연합 무역위원회에선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이행평가, 통상 분야 협력 강화 방안 등과 함께 핵심협약 비준 문제도 다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노사정이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유럽연합이 곧바로 전문가 패널 회부 등 강도 높은 분쟁 해결 절차를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 관계자는 “무역위에 유럽연합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통상 담당 집행위원이 회의 뒤 국회를 방문해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국회가 언제까지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구체적인 일정과 의지를) 확약한다면 분쟁 절차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핵심협약 비준에 적극 나선다면,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하는 대신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얘기다. 만약 한국·유럽연합·제3국의 전문가로 구성되는 전문가 패널에 회부될 경우 한국의 ‘자유무역협정 위반’ 문제가 공식화돼 국가적 평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핵심협약 비준은 노사정 합의라는 ‘아름다운 그림’ 대신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는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조합법·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 개정안 등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법안들이 결사의 자유를 더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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